[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2년 전 고가에 계약했던 전세 만기가 올해 하반기 본격 도래하면서 전국의 역전세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일부 집주인들의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4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깡통전세'와 현 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4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깡통전세'와 현 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표는 깡통전세·역전세 위험가구 비중.(표=뉴스토마토)
올해 4월 기준 잔존 전세계약 약 200만 건 중 깡통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8.3%(16만3000호)로 지난해 1월 2.8%(5만6000호) 대비 세 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25.9%(51만7000호)에서 52.4%(102만6000호)로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깡통전세와 역전세 비중은 각각 1.3%(7000호), 48.3%(27만8000호)인 반면 비수도권 14.6%(9만7000호), 50.9%(33만8000호)로 상대적으로 집값 하락 폭이 컸던 비수도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경기·인천 역시 각각 6.0%(4만3000호), 56.5%(40만6000호)로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임차주택들이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입니다. 깡통전세 계약 중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비중은 각각 36.7%, 36.2%이며 역전세 역시 28.3%, 30.8%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지난 4월 한 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는 총 1273건으로 전세 보증 사고 금액만 2856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올 1월 대비 각각 31.5%, 28.0% 늘어난 규모입니다. 해당 기간 전세보증 사고율도 5.8%에서 6.0%로 상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은 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만큼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대출 규제 문턱에 막혀 돈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지난 3월 정부가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이 역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에 DSR 한도를 적용해 원만한 대출 실행이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며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책임을 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정한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관련 규제완화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3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세금 반환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임대인 측 요구를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용한 발언으로 기재부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실무검토를 거쳐 조만간 추가 대책을 발표할 전망입니다.
임대인들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