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때 이른 더위가 한여름을 부채질하고 있지만 소상공인 풍수해보험료 본인부담금 기부금이 세 달째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곧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기부금 수혜 대상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모집조차 시작하지 못한 탓입니다.
5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지난 3월 카카오페이가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을 증진하기 위해 지원한 풍수해보험료 본인부담금 10억원의 재원이 전혀 쓰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상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신청을 받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당초 중기부는 카카오페이, 소상공인연합회와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시스템 개발 등 세부 준비를 마치고 4월 중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접수는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행안부는 기부 가입 대상 제한을, 중기부는 기부 가입 대상 확대를 요구하면서 조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는 풍수해보험료 본인부담금 재원으로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고 중기부는 이를 통해 최대 10만명의 소상공인이 본인부담금 납부 부담 없이 풍수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당시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에 대비해 6월 전에 가입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풍수해보험은 행안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으로,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저렴한 보험료로 풍수해(△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지진 △지진해일) 피해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재난관리제도입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기부금 사용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조금 있으면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행안부와 협의하고 있다. 최대한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9일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에 위치한 한 당구장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4월30일 기준 풍수해보험 소상공인 상가·공장 가입률은 42.9%입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률 6.7%와 비교하면 7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8월 치명적인 폭우로 인해 피해가 크게 발생하면서 풍수해보험 가입률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등 민간기업이 풍수해보험 소상공인 보험료 부담금을 지원하면서 가입률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하지만 풍수해보험 가입률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2월 말 기준 행안부의 풍수해보험 지원예산 108억원 중 51억원(47.2%)이 집행되자 행안부가 3월24일부터 제3자 기부를 통한 무료 가입 대상을 제한한 것입니다. 행안부는 제3자 기부 가입의 경우 최근 풍수해 피해지역, 지하 또는 1층 상가·공장, 전통시장 등 풍수해 위험이 높은 소상공인 위주로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산 조기 소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소상공인의 가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반면 중기부는 더 많은 소상공인의 간편 가입을 요구하면서 의견 합치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취약지역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취약지역 소상공인 가입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재해 취약지역 위주로 보험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3자 기부 가입 방식이 아닌 일반 가입으로는 언제든지 소상공인이 가입할 수 있다. 소상공인의 자부담률은 8~30%로, 연간 3만~4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차남수 소공연 정책본부장은 "풍수해보험의 취지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다양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고 도움을 주자는 것인데 기부 가입 대상을 제한하기보다는 영역을 넓혀주는 것이 취지에 맞는 것 같다"며 "일부 2층, 3층 상가 가입자가 발생하자 행안부가 일률적으로 범위를 좁히려 하는데 일부의 사실이 전부가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