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삭감→환수 조치'…노조 이어 시민단체까지 공세

법치·투명성 강조→법적 조치 등 '노조 때려잡기'와 동일한 양상

입력 : 2023-06-05 오후 5:06:3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5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여권이 노동조합에 이어 시민단체에도 총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공세는 닮은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법치·투명성 강조→법적 조치’ 단계를 밟아가는 건데요. 법치·투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노조와 시민단체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비판세력에 재갈 물리기전 부처 감사관 회의 개최
 
윤석열 대통령은 5일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감사 결과를 보고 받고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이 비영리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1조1000억원 가운데 314억원이 부정 사용됐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입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수령, 사적 사용, 서류조작, 내부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부정행위들이 적발됐다”며 “정부는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보조금 신청 과정부터 허위사실 등을 기재해 부정 수령한 경우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고 보조금을 집행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난 경우 해당 금액을 환수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오는 7일부터 전 부처 감사관 회의를 열고 민간단체 부정수급 사례와 관련해 민간 보조금 환수와 고발수사 의로, 포상금 제도 개선, 보조금 예산 구조조정, 추가 감사 계획 등 후속 조치를 논의하면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노조·시민단체 전방위 때리기…"사실상 총선용 전략" 
 
윤석열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노조에 대한 총공세와 닮은꼴입니다. 집권 초반,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노동개혁’을 주장해 왔습니다. 당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법치·투명성을 강조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최근 들어 뇌관에 부딪혔습니다.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간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 1명이 경찰의 곤봉에 머리를 맞은 장면이 공개되면서 정부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같은 달 23일 노조의 집회를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행태”로 규정한 뒤 실제 과잉진압이 이뤄지면서 비판 여론이 더 높아졌죠. 이후 윤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법치·투명성을 주장하면서 공세 방향을 넓혔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의 자율성 축소는 불가피해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시민단체 보조금을 5000억원 이상 삭감하고 구조조정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정 기반이 약한 시민단체의 경우 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국정과제에 발맞추는 활동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된 겁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비판세력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에 “회계 부정·비리 문제가 있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면서도 “보조금 삭감 등은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축소시킬 수 있어 내년 총선을 대비해 비판 세력을 옥죄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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