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7년 스페인에서 도매제공 의무를 폐지하자 알뜰폰 점유율이 10.1%에서 5.7%로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7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이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장에서 개최한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이달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발표 시 우선적으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기간 연장, 합리적가격경쟁을 위한 도매대가 관련 고시 개정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7일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알뜰폰은 해외 시장에서도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킨 사업자로 꼽힙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다수의 알뜰폰(MVNO)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신규사업자로 진입하면서 대부분 1위 사업자의 점유율 감소, 통신요금 인하 등 긍정적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동통신(MNO) 사업자와 알뜰폰 사업자의 실질적인 경쟁으로 통신시장의 안정적 생태계가 마련된 것이죠. 단, 이러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도매제공의무, 도매대가 인하 등이 필수적 요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7년 도매제공 의무를 폐지한 스페인은 알뜰폰 점유율이 2015년 10.1%에서 2021년 5.7%로 급격히 하락한 바 있습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도 패널 토론에서 "한국에서 알뜰폰이 지금까지 성장하기까지 자율적 경쟁에 의한 알뜰폰 활성화는 아니었다"며 "도매제공 대가를 사업자 대신
SK텔레콤(017670)과 협의해줘 도매제공 대가를 인하해줬던 정부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토론회에선 알뜰폰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키로 꼽히는 도매제공에 대해,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몰렸습니다. 도매제공 의무를 유지하거나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제4이동통신사업자를 키우기보다는 시장 경쟁 차원에서 알뜰폰 역할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는 "시장 경쟁 차원에서 알뜰폰 역할이 상당하다"며 "가계통신비 인하는 알뜰폰과 같은 사업자가 활약을 많이 해서 떨어뜨릴 수 있게끔, 정책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성욱 부회장은 "이동통신사업자의 통신망 도매제공의무 3년 일몰제 조항을 폐지해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소매 단가에서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하는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에서 망 원가에 적정 이윤을 추가하는 코스트 플러스 방식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5G에서 중저가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 등 알뜰폰 사업자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2026년 5G 가입자 비중이 80%로 예상되고 있는데, 5G 시장에서는 알뜰폰 점유율이 0.7%에 불과하는 등 통신3사의 집중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알뜰폰 산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자와 학계 등 의견을 반영해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과장은 "상반기 목표로 통신시장 경쟁 촉진방안을 준비 중이며, 알뜰폰 활성화 관련 정책도 포함될 것"이라며 "지금도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있지만 좋은 사업자분들이 외부에서 들어오고 지금 사업하는 분들도 과감한 투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