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주력해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며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이며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용 LFP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SK온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터배터리)에서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는데요. LFP 배터리의 약점인 저온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주 고객사인 포드가 중국 CATL과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만큼 앞으로 고객사 요청에 따라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원가경쟁력 확대를 위해 NCM 중심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사업을 LFP 중심으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난징의 생산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해 ESS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데요. 내년에는 미국 미시간 공장에 신규 LFP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또 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계 최초 ESS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삼성SDI(006400)도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셀을 개발 중인 사실을 공개했습니다.삼성SDI는 올 초 포스코퓨처엠과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LFP 양극재도 개발 중에 있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LFP 배터리 개발할 예정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시장에 나선 건 '가격' 때문입니다.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는 개선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비중이 90%가 넘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저렴하고 NCM 배터리와 비교해 안정성이 높지만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한계로 지적돼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로 LFP 배터리의 성능이 향상된 데다 비싼 NCM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큰 강점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 LFP 셀 에너지 밀도는 ㎏당 230Wh까지 올라왔다"며 "내년에는 260Wh 수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LFP의 에너지 밀도가 ㎏당 140~160Wh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NCM 배터리는 240~300Wh 이상입니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이미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폭스바겐,
현대차(005380), 스텔란티스도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개발 난이도가 NCM 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조만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CATL와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지인데요.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는 CATL(35.9%)입니다. 전 세계 배터리 공급사 중 유일하게 3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CATL은 테슬라, 포드 등 신규 공급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극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LFP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인 탄산리튬 지분을 대부분 갖고 있는 곳은 중국 기업입니다. 중국 BYD는 광물 채굴부터 배터리 제조, 완성차 제작까지 가능합니다. 수직계열화를 이뤄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이죠.
다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조금 제외 등의 방식으로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견제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중국산을 배제하는 만큼 미국 내 저가 배터리에 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원계뿐 아니라 LFP 배터리에 대한 미국 내 수주도 기대해볼 수 있다"며 "다만 LFP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공장을 별도로 지어야 하는 만큼 양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