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개선한다지만…첫 시범 '졸속 논란' 어어져

의원·환자 초·재진 놓고 혼란…취소율 50%
복지부, 자문단·주기적 평가 후 개선 예고
의료계 "휴일·야간 소아환자 상담 허용 우려"

입력 : 2023-06-08 오후 4:35:08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이달 1일부터 시작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혼선만 빚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시범사업 대상자 확인이 어려워 진료를 거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준비되지 않은 시범사업을 졸속으로 시작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8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대표 협의체인 원격의료산업협회(이하 원산협)에 따르면 환자의 비대면 진료 요청을 의료기관이 거부 또는 취소한 비율은 시범사업 실시 이후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범사업 전의 5배 수준입니다.
 
원산협은 “지난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 후,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초·재진 구분 없이 허용했던 한시적 비대면진료와 달리 시범사업은 재진 원칙, 제한적 초진 허용으로 전환된 게 취소로 이어졌습니다.
 
복지부는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 재진인지 여부를 의료기관이 직접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30일 이내에 같은 증상으로 같은 의사에게 첫 진료를 받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에선 환자의 개인정보인 진료기록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에 등록된 의료기관이 직접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의료기관은 지난 1일부터 종일 진료 접수, 시범사업 대상 여부 확인, 대상이 아닐 경우 진료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는 게 원산협 측의 설명입니다.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대상도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1~2급 감염병 확진자 등인데 이를 가려내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는 것 역시 의료기관 입장에서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지부는 '추가 가이드라인(비대면 진료 대상환자 확인, 이렇게 하세요)'을 내놨습니다.
 
복지부는 “재진 비대면 진료의 경우 만성질환 1년 이내, 그 외 질환 30일 이내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의료기관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의료기관은 의무기록에 따라 환자가 대면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하면 된다”며 “대면 진료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초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경우, 의료기관은 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화상으로 확인하고 비대면 진료를 실시, 진료기록부에 그 내용을 기재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진과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원칙은 바뀔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 시범사업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장의 문의와 건의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조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환자와 의료계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복지부는 시범사업 자문단 운영과 주기적인 평가로 시범사업 추진현황을 분석해 문제를 개선할 방침입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향후 현장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의 문의와 건의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신속, 적극적으로 조치할 예정”이라며 “국회와 협의, 빠른 시일 안에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와 환자, 플랫폼 업계 등 현장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원산협은 "시범사업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민원과 고충 호소 역시, 정부가 아닌 의료기관과 플랫폼이 소화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은 착오 등으로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비대면진료를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해 플랫폼에 기술 개발 및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도적·법률적 한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휴일·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료기관에서는 굳이 휴일과 야간에 제한적인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기보다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게 낫다는 입장입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사실상 진료가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복지부가 소아 환자의 경우 휴일·야간에 한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도록 했으나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드문 것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처방은 불가하다고 했으나 위험성이 과소평가 돼서는 안 되는 소아청소년 진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 초진을 허용을 의미한다. 소아 급성기질환은 적시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약사회는 팩스 처방전 원본 보관 의무에 대한 모호한 기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약사법에는 처방전 원본을 2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메일, 팩스로 온 처방전을 대신 보관해도 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시범사업에서는 일단 팩스 처방전도 원본처럼 인정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향후 이러한 처방전들이 갖고 있는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금 급한 것은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응급실 뺑뺑이 사망을 막는 정책이고 공공의료 확충과 의사인력 확충을 통해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서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환자와 의료계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사진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반대 피켓팅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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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