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 중 항의하는 의원들을 향해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이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문건을 두고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 문건은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홍보수석실이 언론 탄압용으로 요청해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4일 열린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 의원은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고 의원은 해당 문건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6·2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그해 1월 13일 국정원에서 작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시 左(좌)편향 시민단체 및 특정 방송사 관련자 배제’, ‘건전 매체 및 보수단체들과 협조, 방송사의 左편향 선거 보도 견제 활동 강화 및 자생적 선거 보도 감시단체 조직화’ 등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고 의원은 해당 문건이 당시 대통령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돼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에게 보고됐고 당시 홍보수석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나오는 이동관 특보라고 밝혔습니다.
고 의원은 해당 문건을 손에 들고 문건에 나온 ‘건전 보도’가 뭔지 한 총리에 물었습니다. 한 총리는 “그 자료의 진정성이랄까, 일종의 진실한 문서·서류인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즉답하지 않았습니다.
고 의원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라 재차 주장하자 한 총리는 “의원님께서 말씀하셨다고 제가 꼭 믿어야 할 그런 책임은 없다”며 “구체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한 구절, 한 구절 말씀하시면서 의견을 묻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맞섰습니다.
고 의원이 “마치 허위 문서를 들이대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반박하자 한 총리는 “국회법에 보면 (총리와 국무위원 대상 질의 시) 48시간 이전에 그 요지를 관련된 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저 서류와 관련된 것은 제게 전달된 바 없다”며 “물으시는 것에 대해 (답을) 원하신다면 저도 돌아가 검토해 1주일, 2주일 뒤에 답변을 드리겠다”고 응수했습니다.
대정부질문 진행을 맡은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중재에도 고 의원과 한 총리의 말싸움은 계속됐습니다. 고 의원이 해당 문건 내용에 대해 “제가 보기엔 사찰로 보이는데 어떠냐”고 하자 한 총리는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은 1주일 내지 2주일 뒤 검토해서 드리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고 의원이 “언론 탄압을 위한 문건을 요청한 것들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문건을 보고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한 총리는 “제가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고 의원은 “그러려면 이 자리에 왜 나왔나”라고 따졌고 한 총리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대단히 비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고 의원과 한 총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여당 의원들은 고 의원을 향해 문건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비판하고, 야당 의원들은 한 총리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면서 본회의장은 소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고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정 부의장은 여야를 향해 “진정해달라”며 “양당이 좀 마음에 안 들더라도 감정을 죽여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