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노란봉투법', 어떻게 시작됐나

한 시민, 9년 전인 2014년 성금 전달로 '불씨'
노조법 개정 '지지부진'…각계 찬반대립 깊어
합의 진전없는 입법부…사법부, 판결은 계속

입력 : 2023-06-15 오후 4:53:02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공장 생산라인이 멈춰 손해가 발생했다면 사측이 이에 가담한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 정부·여당 대 야당 등 각계 찬반 대립이 날카롭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논란입니다. 이 개정안은 야당을 중심으로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찬반 양측의 입장차가 커 진전이 없는 현재, 노란봉투법의 시초에 관심이 쏠립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지난 2014년이 시작입니다. 지난 2009년 정리해고에 불복해 77일간 파업을 벌여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사측으로부터 손배소를 당한 바 있습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013년말 사측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이 2014년 한 언론사에 "4만7000원이씩 10만명이면 47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편지와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 성금을 담아 전달했고, 이 일을 불씨로 시민들을 중심으로한 일명 '노란봉투 캠페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5억원에 육박한 모금이 만들어졌습니다. 노란 봉투는 과거 회사가 월급을 노란색 봉투에 넣어 줬다는 상징을 뜻합니다. 
 
결국 손배, 가압류 문제 해결의 몫은 정치권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지지부진의 연속이었습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를 바꾸는 것을 핵심으로 제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이 법안은 계속 임기 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042660))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 7월 임금 30% 인상을 골자로 선박 건조현장인 1도크를 점거, 농성식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51일간의 긴싸움으로 노사 양측은 임금 4.5% 인상에 합의, 파업은 끝이 났습니다. 다만, 곧바로 대우조선이 핵심 조합원 5명을 꼽아 손해배상 470억원을 청구하며 또 다른 법적 다툼이 생기게 됩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정의당 의원단 릴레이 1인 시위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노란봉투법' 
 
결국 제21대 국회 야당 의원들은 노란봉투법을 다시 발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대표로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됐지만, 아직도 계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전이 없자 환노위는 지난달 노란봉투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건너고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여당은 본회의 직회부 행위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고, 만약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하다며 강경대응 중입니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입법부의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한편, 현행법을 기반으로한 사법부의 판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날 쌍용차와 현대차가 제기한 노조 파업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들을 각각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쌍용차 사건의 경우 1심과 2심은 각각 조합원들이 사측에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15일부터 12월9일까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울산공장 1,2라인을 점거해 공정이 278시간 중단되면서 현대차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1,2심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나 파기환송 결정을 한 대법원도 해당 파업들이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고 그로 인한 배상 책임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측이 느끼는 막대한 배상금 부담은 지워지지 않은 겁니다. 이와 유사한 대우조선 사건의 첫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당초 첫 재판은 지난달 18일로 정해졌지만, 대우조선은 한화그룹 결합 등의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재판은 오는 9월21일 열릴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파업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농성장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일지.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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