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딸 주애와 함께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조선중앙TV가 같은달 17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북한이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안전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는데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국경 봉쇄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다시 공식 스포츠 무대로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남북 간의 경색 국면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남북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때 단일팀 출전, 공동 응원 등을 진행했는데요. 이제는 단일팀 출전 논의는커녕 대화조차 실종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 복귀
15일 통일부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9월 23일에 개막해 10월 8일 막을 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북한이 국제 종합 체육 경기에 나오는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입니다. 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선수단 보호와 코로나19 자국 유입 차단 등을 이유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국경마저 봉쇄하면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더욱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밀착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가능성을 높입니다.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국제 스포츠 무대 복귀대로 삼으면서 개최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최근 북한 매체에서도 역대 체육계 영웅, 신예 선수들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들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국제 스포츠 무대 복귀를 위한 사전 움직임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옵니다. 물론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실제 참여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5년 사이 달라진 풍경…"북한과 접촉 안 한다"
남북의 아시안게임 참여 모습은 5년 사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 응원단 구성, 남북 공동 입장 등을 추진하면서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남북 단일팀이 여자 카누 경기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이때 남북 단일팀으로서는 처음으로 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면서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아리랑이 처음으로 연주되는 모습도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북한은 한국과 단절을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남북연락사무소와 군통신선 등 모든 연락에도 북한은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는데요. 윤석열정부가 북한 인권보고서 발표, 전략자산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 등을 추진한 데 따른 반발로 보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8월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단절을 예고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관련해 북한과 현재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계기로 남북 접촉 관련 논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 단계에서 그런 사항을 검토하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남북이 국제 스포츠 무대를 계기로 대화에 물꼬를 틀 수 있지만 남북이 처한 환경상 이마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은 미사일 발사,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두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한미 또는 한미일이 지난 3월부터 북한을 겨냥한 연합훈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날로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