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통령실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어려운 수능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이 ‘쉬운 수능’을 시사하는 것처럼 해석되면서 논란이 발생하자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수습에 나섰지만, 교육 현장은 여전히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전날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을 갖추되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표현은 전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없던 내용입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분야지만 학교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며 “하지만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당국과 사교육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김 수석이 전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날 공교육이 아닌 범위에서 수능 출제를 배제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대입입시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6월 모의평가 난의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교육부는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후임으로 심민철 디지털교육기획관을 임명했습니다. 또 수능 모의평가 출제 담당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도 착수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이 부총리로부터 교육개혁과 현안 추진사항을 보고받고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수능 관련 내용은 보고 의제는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이 따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상 평가원은 매년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직접 주관합니다. 미리 수험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대입 전형자료인 수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출제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겁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올해 수능이 어느 수준에서 나올지 예측하고 연습할 수 있는 참고 문제라는 점에서 6월과 9월 모의 평가는 중요한 시험으로 손꼽힙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6월 모의평가를 콕 집어 한 발언은 ‘수능을 쉽게 내라’는 신호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즉흥적인 지시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의 교육과정 범위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에 수능 시험을 5개월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며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수능 난이도나 출제 범위를 지시할 수 없다. 문제 출제 과정에서 그 누구의 관여도 없어야 수능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 원내대변인은 “모의고사가 어려웠다고 공무원이 경질되고 감사를 받는 게 정상이냐”며 “아무런 고려없이 경솔하게 꺼낸 지시라면 지시를 철회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불러온 데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