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방중을 마친 지 이틀 만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했습니다. 가까스로 물꼬를 튼 미중 사이에 군사적 갈등이 다시 촉발할 경우 한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특히 6년 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정상 배치 수순을 밟으면서 한중 관계도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미중 극적 돌파구 못 찾았는데…군사긴장 고조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3일 오전 10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고 지난 21일 밝혔습니다. 중국해사국은 사각형 형태의 훈련 해역을 적시하며 훈련 기간 해당 지역 안으로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통상 중국은 실탄 사격을 동반한 군사훈련을 진행할 때 훈련하는 해역을 공지하고 선박 진입을 금지합니다.
게다가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과 대만 일대에 군사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지지 않고 대형 해안경비함 ‘커터 스트래튼’이 중국의 군함의 대만해협 진입을 견제하기 위해 항행하면서 맞섰는데요.
미중의 이 같은 무력시위는 블링컨 장관이 지난 18~19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만난 직후 발생했습니다. 이는 미중이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했으나, 대만문제 등 문제에서 양측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19일 블링컨 장관을 만나 대만문제에 대해 “양보나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블링컨 장관도 같은 날 방중 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도발적 행동’에 우려를 표현하면서 대만이 자기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무기 제공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에 “미중은 갈등이나 대립을 강화시킬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중국은 국내 정치용으로 자신들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군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파리 방문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국빈 방문을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드 정식배치, 미국에 장애물 제거"…중국 반발 불가피
한중 관계를 악화할 변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드 정상화는 중국이 반발할 대표적 악재로 꼽힙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완료, 정상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드는 지난 2017년 4월 국내로 들어왔는데요, 당시 박근혜정부는 약식 환경영향평가만 거치도록 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죠. 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사드 정식 배치는 동력을 잃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약식이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정부 임기 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윤석열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추진시켰습니다. 그 결과 국방부는 전자파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 기준의 0.2% 수준으로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방중을 마친 블링컨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국, 일본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는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향후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에 대해 “현재 그런 검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외교 당국자들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인 방어 수단이고 특히 안보 주권 관련 사안으로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외교부 당국자가 언급한 ‘공동 인식’은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도출한 공감대를 가리킵니다.
당시 한중 외교장관은 사드 문제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개진하면서도 이 사안이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 회담 다음 날 곧바로 ‘사드 3불 1한’을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3불’은 문재인정부가 중국 측에 설명했던 사드 관련 입장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또 ‘1한’은 사드 기지 운용 제한을 의미합니다.
김 소장은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한미동맹에 입각해 미국에 법적 장애물을 제거해준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