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삼성페이 유료화를 검토하면서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에 지급하는 단말기 수수료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밴사에 수수료를 내고, 삼성전자는 밴사가 설치한 단말기를 무료로 이용하는 구조였는데요. 삼성전자가 카드사에게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삼성전자도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카드사들에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상생 금융' 차원에서 각 카드사 기여도에 따라 일부 금액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처럼 0.15%의 수수료를 걷어간다고 가정할 경우 0.05% 정도를 소비자에게 포인트나 쿠폰으로 돌려주는 식이 될 것"이라며 "결국 카드사에 돌아오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삼성페이 유료화는 현재 실무 협의 단계에서 논의 중이지만 카드업계에서는 기정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는 7월 중순 유료화 정책이 확정되고 삼성측이 카드사들에 일방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와 동시에 '상생 금융'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카드업계 불만은 팽배합니다. 삼성페이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밴사가 설치·운영하는 카드결제 단말기를 이용하는데요.
소비자들이 카드를 쓸 때마다 카드사가 건당 일정 금액을 서비스 이용료로 밴사에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카드업계는 밴피라는 명목으로 밴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사실상 무임승차를 해 왔습니다.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를 유료화로 전환한다면 삼성전자가 밴 수수료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카드업계는 삼성페이가 유료화되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카드 업황 악화로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삼성페이마저 유료화되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카드사 적격비용을 3년 마다 재산정 때문에 '혜자카드'마저 없애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가 더 이상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페이 유료화는 치명타에 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카드사들이 알짜배기 상품을 줄이면 결국 페이를 이용 안하는 소비자마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페이 유료화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하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단순히 전가한다고 치부할 수 없다"며 "실물 카드와 페이 중 소비자들이 혜택이 많고 편리한 페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반버스와 고속버스 중 고속버스 타는 사람에게 요금을 더 받는 논리라는 뜻입니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유료화 전환을 검토하면서 카드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삼성성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