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괴담 유포한다며 수사한다고 협박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일본이 부당하게 독도를 침탈하고 한국의 바다를 오염시키려고 하면 당당하게 ‘하지 마라, 안전성 검증 같이 하자’고 말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먼저 앞서서 나라의 주권을 든든하게 지키고 이웃나라가 대한민국을 침탈하면 먼저 나서서 싸워주고 국민들이 피곤하지 않을까 대신 싸우겠다고 말하는 그런 나라, 우리가 꼭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쓸데없는 괴담 소리 하지 말고 대한민국 주권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싸워라”고 촉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 ‘반국가세력’을 언급, 전 정권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대결을 조장해 불안하게 만들고 전 정부를 ‘반국가단체’라고 비난하면 대체 전 정부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무엇이 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체 그 ‘반정부단체’를 지지했던 수많은 국민들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도 된다는 말이냐”며 “국민을 대결과 분열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듬직하게 나라를 지켜내고 국가가 국민들에게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느껴지고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러한 대한민국 함께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대통령이 무서워지고 있다”며 “대통령 흉도 보고 대통령 비난도 하고 가까이에서 대통령에게 장난도 치면서 대통령을 비방하는 그림을 그리면 대통령이 ‘아이고. 내가 이렇게 못생겼습니까? 아이고. 제가 이렇게 밉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런 대통령 보고 싶지 않냐”고 비꼬았습니다.
이재명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든 채 무대에서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전 세계 경제가 이 모양이니 어쩔 수 없다’, ‘경제는 시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렇게 말하는 무책임한 정부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시장의 부족함이 있으면 채워주고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국민들에 기회를 만들어주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고 힘을 주는 그런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습니다.
또 “세계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대한민국이 이제 전 세계에서 미끄러지고 있다”며 “정부가 민생을 책임지고 경제를 살리고 어려울 때는 투자를 하고 시장을 조정하고 받쳐서 민생이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는 그러한 희망 섞인 나라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도 그냥 국민들에게 길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국민과 당원들이 스스로 나서서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도,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도, 침탈당한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도 결국엔 국민들이 나서서 할 일”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를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날 집회에는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습니다. 당 공보국은 이날 집회에 10만여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전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일본을 방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4일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나 일본 정부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IAEA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을 예정입니다.
다만 그로시 사무총장이 IAEA 검증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이달 한국을 방안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난달 29일 “외교부가 협의하고 있으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