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서병수 의원, 조경태 의원, 정경희 의원 등 위원들이 4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상권이 침체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오찬 자리에서 회를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해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발언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 윤석열정부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본 들러리'로 전락한 여당…먹방에 '괴담 여론전'
국민의힘은 4일에도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서병수·조경태·정경희·권은희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국회 상임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국민의 오염수 방류 우려를 불식하겠다며 잇따라 수산시장에서 '릴레이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선 의원은 지난달 30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접 수족관 물을 먹기도 했습니다.
지도부 등은 방류 필사 저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맹폭을 가하는 중입니다. 특히 민주당의 주장을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실제로는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우병 괴담, 천안함 자폭 괴담, 사드 괴담처럼 달콤한 괴담 마약에 중독된 민주당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어로 국민을 향해 먹거리 공포의 주술을 외우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불안과 사회갈등을 키움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국민 피해의 여부는 안중에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대표는 "가뜩이나 민생이 힘든데 민주당발 제2의 광우병 괴담 정치로 불안감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어민과 수산업종사자들은 수산물 소비가 급락해 한숨을 쉬고 있다. 어업단체들은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가짜전문가라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같은 날 민주당을 향해 "우리바다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적이 없다. 도대체 뭘 근거로 제소하자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의 광기 가득한 선동의 현수막은 광우병 괴담과 사드 괴담을 이어가겠다는 괴담정치의 연속"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기현, "방류 가처분신청"→"달콤한 괴담 마약"
하지만 불과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김 대표의 생각은 지금과 판이했습니다. 그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했습니다. 김 대표는 "우리 정부는 계속 내부 논의만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고 계신데 국제 소송과 가처분 신청도 하고, 국회의 오염수 배출을 방지하고 금지하는 요구안에 외교부가 찬성하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가 이어진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 설치된 화면에 해양수산부가 제작한 해양방사능 측정 관련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해 11월 김 대표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찾아 "국제환경단체, 일본 내 학계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동해지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측의 검증에만 의존한 정부 입장과 정보를 신뢰해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성 의원 역시 2020년 10월1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출되면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하면 안이한 대응으로 보인다"며 "즉시 대통령께서 나서 일본 정부에 강력한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인사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이던 2021년 4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바다를 공유한 인접국과 국민들에 대한 폭거로 엄중히 규탄한다"며 "우리의 긴급하고 정당한 요청에도 일본 정부가 일방적 방류를 결정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 대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할 정도로 강경 대응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 논리에 따라 정치 논리가 뒤바뀌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이슈인 만큼 정부여당으로서는 좀 더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과 싸울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