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상반기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이 월 평균 44만 5000건을 기록하며 활성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넘게 40만건을 밑돌았지만, 지난 5월에는 2019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번호이동이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통신3사가 70여종이 넘는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고, 알뜰폰업계에서는 이른바 0원 요금제가 경쟁적으로 나오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활기를 띤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이동만 전체 번호이동 건수의 30% 가까이를 차지해, 알뜰폰업계의 출혈경쟁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번호이동 건수가 266만 9671건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5월에는 번호이동 건수가 52만 690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9.6% 급증한 수치로, 2019년 11월 56만 5866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번호이동 건수 증가 배경으로는 통신3사의 5G 중간요금제가 늘어난 점,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이 지속 증가한 점이 꼽힙니다. 통신3사는 지난 4월부터 순차적으로 세대별 맞춤형 5G 중간요금제를 선보였습니다. 7월까지 출시되는 신규 요금제만 73종에 달합니다.
SK텔레콤(017670) 25종,
KT(030200) 27종,
LG유플러스(032640) 23종 등입니다. 통신3사 모두 빠져나간 가입자가 많아 매월 순감세를 지속했지만, 중간요금제 출시를 기점으로 통신3사로 이동하는 건수도 늘어났습니다. 5월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건수는 10만2358건을 기록했고, KT는 6월 6만3682건, LG유플러스는 5월 7만606건으로 상반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건수도 지속 늘어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알뜰폰 순증 수치가 76만 1860건을 기록, 월 평균 6만 3500건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월 평균 순증 수치가 7만 357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체 번호이동 건수 가운데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이동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체 번호이동 시장이 활기를 띤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라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4월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 건수가 15만건을 넘은 이후 5월에는 17만 4253건, 6월에도 15만 590건을 기록했습니다. 4~6월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번호이동 건수는 전체 번호이동 건수 대비 30%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당시 알뜰폰 시장은 기본데이터 15~150GB에 매달 5~50GB를 추가로 제공하며 데이터 소진 시 속도제어(QoS)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를 최장 7개월간 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급격히 늘어난 바 있습니다. 알뜰폰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알뜰폰 업체에 망을 빌려주는 통신3사가 도매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을 늘렸고, 이것이 알뜰폰 사업자들 간 요금경쟁 가열로 이어지면서 손해를 보면서도 0원 요금제를 출시하는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증가가 통신사 간 경쟁이 활성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상반기 수치는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수치가 커진 측면이 있다"며 "결국 알뜰폰 시장 내 출혈경쟁이 불러온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