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장사 없다"…석화업계 '선택과 집중' 위기 돌파

잇단 자산 매각 LG화학, 3대 신사업 비중 확대
롯데케미칼·SKC, 군살 빼고 배터리·반도체 소재 집중
한화솔루션·금호석화, 증설로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입력 : 2023-07-06 오후 3:53:34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석유화학 기업들이 업황 둔화 장기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는 과감하게 매각하는 등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습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제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LG화학 여수 나프타 분해시설(NCC) 전경.(사진=LG화학)
 
NCC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제조하는 핵심 시설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LG화학은 재고 관리 강화와 사업 구조 재편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9일 사업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며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 개혁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NCC 2공장 인력을 다른 공장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장 매각설이 함께 돌았습니다. 현재 공장 가동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보다 앞서 LG화학은 익산 양극재 공장 매각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산 4000톤으로 청주공장(연산 7만톤), 올해 완공되는 구미공장(연산 6만톤)에 비해 규모가 작습니다.
 
LG화학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친환경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을 3대 신성장동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030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3대 사업의 매출 비중은 올해 21%에서 2030년 57%로 끌어올릴 방침입니다.
 
LG화학은 지난달부터 청주 양극재 공장에서 차세대 배터리용 하이니켈 단입자(단결정) 양극재의 양산을 시작, 이달부터 글로벌 고객사로 공급합니다. 단입자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여러 금속을 하나의 입자형상으로 만든 소재로 수명과 용량이라는 차세대 전지의 핵심 과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히는데요. LG화학은 2027년까지 단입자 양극재 생산라인을 구미공장으로 확장하고 총 생산규모를 연산 5만톤 이상으로 확대합니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지난 1월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 보유지분 전량(75.01%)을 약 20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대신 3월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차전지 소재사업 본격 진출을 알렸죠.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주 달튼(Dalton) 공장.(사진=한화솔루션)
 
SKC는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 SK피유코어 매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필름·가공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1조6000억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SKC는 기존 사업의 자산을 유동화해 2027년까지 이차전지·반도체·친환경 소재 사업에 5~6조원을 투자하고 이를 토대로 매출 11조4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입니다.
 
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사업은 주력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714억원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450억원으로 케미칼 부문(337억원) 보다 7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은 내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합니다. 단일 기업이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는 건 처음인데요.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태양광 사업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CNT) 제품 경쟁력을 위해 전기차 소재 관련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현재 율촌산단에 CNT 생산라인을 짓고 있는데 기존 충남 아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20톤으로 내년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이 360톤까지 늘어납니다. CNT는 전기·열 전도율이 구리·다이아몬드와 같지만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합니다. 양극재 내에서 배터리 성능을 보완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 분야의 수익 악화는 이런 움직임을 추동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석유화학기업들은 2021년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수요 부진에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최대 고객인 중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대규모 증설을 통해 자국 내 석유화학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등 기초 유분과 중간원료의 중국 자급률은 2025년 100%를 웃돌 것"이라며 "기존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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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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