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수산업계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산지 위판장의 중매인조차 경매 입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문제는 오염수 방류 때입니다. 수산물 소비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비축과 수매 예산을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정부는 원전 오염수발 피해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도 지원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6일 <뉴스토마토>가 수산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하는 등 의견을 종합한 결과 최근 기름값, 인건비 상승 등에 이어 오염수 방류 우려까지 겹치면서 실질적 어민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어선주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뒤부터 어민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어선들이 고기를 잡아 어시장에 갖고 오면 중매인들이 사줘야 하는데 중매인들도 이미 눈치를 보거나 입찰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수산물 소비가 줄면 결국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텐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충분한 수매자금을 통해 적정 가격에 매입해 줘야 수산업계가 버틸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확보한 대중성 어종의 비축·수매 예산은 2904억원입니다. 이는 약 7만톤 규모로 지난해 국내 어업생산량(360만4000톤) 대비 약 2% 수준에 불과합니다.
특히 오염수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화에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여러 어선을 거느리는 한 선주는 "여당, 야당이 머리를 맞대고 어민들 어떻게 살릴 것인지 논의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싸우고 있다"며 "중간에 죽어가는 건 어민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어민들은 정부의 수산물 비축·수매 예산 확대 등을 통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진은 휴어기를 마친 어선들이 일제히 출항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인위적인 휴어기 설정과 해당 기간 최소한의 정부 지원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가 본격화하면 소비 심리가 크게 꺾일 텐데, 선주들이 만선으로 들어와도 소비자들이 수산물 외면하면 중매인들도 매입을 안 할 것"이라며 "정부 비축·수매 예산도 한정적이라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선주들을 설득해 휴어기를 정하고 그 기간 지원금 등을 통해 어민들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다른 지역 조합장은 "우리들이 정부에 진정으로 바라는 건 어업인들을 지원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우리 바다,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정말 어민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민들의 지원책 요구와 별개로 수산물 전통시장들의 자구노력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산 자갈치시장 조합 관계자는 "자갈치시장 상인들은 정부의 수산물 방사능 검사와 별개로 시장 내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사능 측정기기를 통해 매일 수질 및 수산물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안전기준 부합하다고 했고 정부도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계속 얘기하는데, 자꾸 괴담을 만들어 소비자들만 불안해한다"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계속 설득하고 소비 쿠폰 같은 행사를 통해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유도해야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통해 "어민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구체화될 경우에 정부가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 말씀을 드릴 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이 요구하는 수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서도 "후쿠시마 방류로 인한 피해가 아직 구체적으로 발생한 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이 명확히 정리가 되고 나서 그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습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수산 대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민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노량진수산시장의 한산한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