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오는 15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방문에 맞춰 재계는 89개 기업으로 경제사절단을 꾸렸습니다. 사절단에는 폴란드와의 비즈니스 성과를 기대하는 국내 기업들이 모였습니다. 정부 역시 이번 순방을 비즈니스 무대로 삼는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사절단에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빠졌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순방이 총 5차례 있었는데 반해 최 회장은 단 한 차례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최 회장을 의도적으로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전임 정부에서 포스코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을 현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재계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통합니다.
철강 중심에서 이차전지 소재로 확장을 이룬 포스코는 폴란드를 전략적 요충지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도 가졌지만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계속된 정부의 의도적 배제에 포스코도 큰 기대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예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전언입니다.
경제사절단은 총 89개사로 구성됐습니다. 대기업 24개, 중소·중견기업 41개, 공기업·기관 17개, 경제단체 및 협·단체 7개 등입니다. 사절단은 전경련과 폴란드투자무역공사가 주관하는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과 업무협약(MOU) 체결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주관하는 무역상담회 등에 참석해 양국 경제 및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합니다. 또 폴란드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 구축과 비즈니스 확대 기회를 갖게 될 예정입니다.
이번 방문은 14년 만에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절단은 첨단·에너지·인프라·방산 등 폴란드 맞춤형 양국 산업 협력에 초점을 맞춰 구성됐습니다. 실제 신재생에너지·배터리·모빌리티·인프라 등 미래 유망 분야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63%)을 차지합니다.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에 위해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본사 건물 로비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미래소재 기업 대전환 목표…폴란드, 주력 사업 신규 투자처
그럼에도 포스코는 동행하지 않습니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21조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철강사를 넘어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래 시장을 견인할 이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그룹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입니다. 더군다나 폴란드는 여러 그룹사가 전기차와 이차전지 소재 등 주력 사업 분야의 신규 투자처로 지목한 국가입니다.
포스코 역시 폴란드를 활용해 이차전지소재 원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POSCO홀딩스(005490)의 광석리튬생산 자회사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올해 초부터 폴란드 브젝돌니시에 위치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연간 7000톤(t)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유럽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분쇄해 가루 형태의 중간가공품 블랙매스(검은색 분말로 니켈·리튬·코발트·망간 등을 함유)를 만들며, 포스코HY클린메탈에 공급합니다.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 공장 역할을 담당하는 겁니다.
그룹 내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도 폴란드를 포함한 여러 나라를 대륙 거점으로 활용해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의 구동모터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 '구동모터코아' 500만대 해외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대륙 거점을 폴란드로 낙점한 포스코인터는 구동모터코아 공장을 연내 착공, 오는 2025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룹 내 물류 계열사 포스코플로우는 철강 제품 통합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3월 '물류혁신 태스크포스팀(TF)'을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미래 소재 물류 솔루션 구축을 목표로 포스코그룹 핵심 사업인 이차전지와 리튬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포스코플로우는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위해 폴란드의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섯 차례 동행 못한 최 회장…"다른 일정 때문" 매번 해명
최 회장은 이번 폴란드 경제사절단까지 미참석해 올해 총 5차례 윤 대통령과의 해외 순방 동행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배트남 방문과 4월 미국, 3월 일본,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까지 국내 재계 서열 5위 수장으로서 경제사절단 명단에 한 차례도 속하지 않은겁니다.
이 때마다 포스코그룹측은 최 회장이 다른 비즈니스 일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고 매번 해명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은 이번 폴란드 경제사절단 최 회장 미참석 사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순방 동행을 제외하고 최 회장은 지난 5월 용산에서 열렸던 중소기업인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10대 그룹 중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곳은 포스코그룹이 유일했습니다.
4박 6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