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기도 '범단죄' 적용하면?

"처벌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있어야"

입력 : 2023-07-10 오후 5:20:5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검찰이 리딩투자·전세사기 등 첫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를 적용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직적인 범죄를 엄벌 하려면 형량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죄가 추가된 건데요.
 
범단죄는 보통 폭력처벌법상에서 주로 조직폭력배에 적용된 혐의입니다. 최근에는 형법상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전세사기 등의 범죄에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실제 판결 과정에서 어디까지 조직범죄로 인정될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리딩투자·전세사기에 범단죄 첫 적용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검은 이른바 '리딩방'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에게 12억5000만원을 가로챈 일당을 사기 및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코인 종목을 알려준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는데요. 총책이 조직원들을 모집해 치밀한 계획 하에 저지른 범죄가 범단죄로 인정됐습니다.
 
인천지검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명 '건축왕' 일당에게도 범단죄를 적용해 지난달 재판에 넘겼습니다. 건축왕 일당은 2700채의 소규모 주택을 보유하면서 372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305억원을 편취했는데요. 건축왕에게는 사기 혐의가 추가됐고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은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과거 처벌은 솜방망이…'사형'도 가능해질까
 
텔레그램으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경우는 범단죄 적용으로 징역 42년을 확정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가 항상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중형이 선고된 것인데요. 법조계에서는 조주빈에 대한 형량이 길어야 15년 내외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범단죄 적용이 인정되며 형량이 급증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범단죄 적용은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형벌을 내려 달라는 취지로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범단죄가 적용된 리딩투자 사기와 전세사기 피의자들은 형벌이 얼마나 늘어날까요.
 
앞서 로또번호를 무료로 제공한다며 리딩 사기 19억원을 가로챈 20대는 징역 4년을 받았고, 보증금 84억원을 떼먹은 '강서구 빌라왕'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범단죄 성립, 단체성·계속성 중요"
 
두 사례 모두 피해의 강도를 볼 때 형량이 적다는 사회적 시선이 강합니다. 특히 전세사기의 경우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재산이 많지 않은 피해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민생 범죄로 꼽힙니다. 조주빈의 사례로 계산해보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범단죄를 적용하면 수십년의 형량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에서도 범단죄가 인정되려면 범죄가 단체성을 얼마나 띠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단체 구성원들이 주동·공모·교사 등의 역할로 범단죄를 성립할만한 범죄 단체성이 입증돼야한다"며 "전세사기의 경우는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형벌을 받는 사기죄에 해당하는데, 범단죄가 적용이 되려면 형벌 기준에도 맞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형량을 올리는 방법으로 범단죄를 적용하는 것에 앞서, 근본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거운 범죄에는 실제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의 전세사기나 리딩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등의 경우에는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면 충분히 엄벌을 해야 한다"며 "범단죄는 최소한의 통솔 체계, 시간적 계속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모든 범죄에서 공범이 있다는 이유로 범단죄가 적용되는 경우로 이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애초에 미국처럼 무거운 선고가 가능한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들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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