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한달 '구멍' 곳곳…보완 절실

현실과 동떨어진 6가지 요건…피해 입증도 어려워

입력 : 2023-07-03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260여 명의 피해자를 인정하는 첫 결정이 나왔지만 전세사기 범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법조계에선 현행 제도만으로는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지원위원회 회의 결과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라 265명의 피해자가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 주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265명 첫 인정…구입자금 지원 등
 
구체적으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받게 되면 경매·공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고, 낙찰 주택에 대한 구입자금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낙찰할 형편이 안 된다면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한 후 LH가 경매에서 낙찰한 집, 즉 공공임대에서 거주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6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피해자들 본인이 지원 대상자인지 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요건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 △면적·보증금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 단체인 세입자114 센터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손해를 본 건 확실하지만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해자가 본인이 당한 사기를 입증해내긴 매우 어렵다"며 "또 피해자 본인의 사례만 아는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요건을 어떻게 입증할 건지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요건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실패 원인 파악 우선"…"금융권도 피해자 책임 함께 해야"
 
전세사기 범죄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이를 '사기'의 문제로 한정해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 변호사는 "우선 아주 간단한 기준을 적용해야지 지금처럼 복잡한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며 "또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는 한 전세 가격이 계속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실패가 어디서 발생하고 있는지 원인을 잘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시장 질서에 대한 종합적 해결책이 나와야지 전세 사기 하나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깡통 전세가 안 되게끔, 그래서 임차인이 손해 보지 않게끔 제도를 재정비하는 게 중요하지 범죄만 방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법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일정 부분 피해자의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전세사기사건 피해자지원 TF 위원장을 맡은 김관기 변협 부회장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미국과 같이 유한책임대출(non recourse laon)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한책임대출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출금 상환책임을 담보주택으로 한정하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내 전·월세 종합지원센터가 민원인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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