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10일 이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특히 논란이 된 종점 변경은 국토부의 독단적 선택이 아닌 양평군이 요구한 IC(·Interchange·톨게이트) 설치를 위해 양평군 등 관계기관의 협의하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총 27㎞ 구간, 1조7000억원 규모의 국책 사업으로 오는 2031년 개통을 목표로 국토부가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 왔습니다. 해당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양평 간 이동 시간은 기존 1시간 이상에서 15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부터 국토부가 양평군과 관련 노선변경을 논의했고 지난 5월 종점을 당초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노선안이 공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변경된 노선 종점 500m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축구장 5개 규모, 총 29개 필지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급기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야당이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격 수위를 높이자 초강수로 맞대응에 나선 겁니다.
국토부는 해당 노선의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은 국토부의 자체 결정이 아닌 양평군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 최적의 결과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18일 국토부는 양평군 등에 기존 예비타당성(예타) 노선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같은달 28일 양평군은 3개 노선에 대해 회신했습니다. 이후 이듬해 1월 국토부는 다시 양평군에 현재의 대안노선에 대한 의견을 다시 물었고 양평군이 IC 설치를 강하게 요청하면서 현재의 대안 노선이 최종 도출됐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 양평군 등 관계기관의 협의하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표는 3개 노선안 비교(표=뉴스토마토)
이날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예타 노선에는 강하면 IC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치할 수도 없었다"며 "양평군에서 제시한 1안도 IC 설치가 쉽지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일 합리적인 게 국지도 88호선에 IC설치 여건이 가능해 지금의 대안노선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양평군이 요구한 IC 설치가 가능하고 교통량과 환경 훼손지역 등을 종합 고려해 지금의 대안 노선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원희룡 장관의 발언으로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한 양평군의 숙원사업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되면서 양평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대응 주민 범대책위원회는 양평군청 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조속한 사업 재추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장명우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15년간 군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해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군민의 열망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쟁의 대립과 혼란 속에서 백지화됐다"며 "지역의 현안사항이자 숙원사업인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재개와 전면백지화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이날 원 장관은 세종시 해밀동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안전점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업을 재추진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치 공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거짓 정치 공세가 계속되면 사업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지금처럼 거짓 정치 공세에만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는 (재추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해달라고 (양평군수에게) 이야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과 관련해 거짓 정치공세가 여전하며 현재로서는 재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했습니다. 사진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개 범대위가 이날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