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7: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진(002320)이 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6배가 넘는 자금을 받는 등 흥행에 성공해 발행조건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증액 대신 사내 현금을 통해 만기 회사채 차환에 나섰는데, 이는 낮은 신용등급(BBB+)에 따른 이자부담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7일 한진은 1년물 150억원 모집에 450억원, 2년물 250억원에 2160억원 등 총 261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앞서 한진은 희망 금리로 개별 민평금리 (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는 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다. 그 결과 1년물은 -30bp, 2년물은 -43bp에 모집물량을 채웠다. 신평사의 평가보다 시장이 한진 회사채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확정 이자율은 1년물이 5.234%, 2년물은 5.534%다.
한진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 규모 회사채 차환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한진은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최대 800억원까지 증액해 발행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애초 계획한 400억원만 발행해 500억원은 자체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앞서 국내 채권시장에선 하이일드(투기등급 회사채) 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오는 12일부터 재도입돼 'BBB+'급 이하의 비우량채 투심이 되살아 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한진 이전의 비슷한 등급인 수소연료전지 계열사
두산퓨얼셀(336260)(BBB)은 20일 400억원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민평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8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최종 800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인천공항 GDC 전경 (사진=한진)
하지만 수요예측 흥행이 곧 증액이란 결론에 이르는 것과는 달리 한진은 증액 대신 사내 유보현금을 통한 차환을 선택했다. 채권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보다 채권상환이 낫다는 판단으로 이는 한진의 재무건전성과 현금 여력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진은 2023년 3월 말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 48.2%, 총차입금/EBITDA 8.1배 등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진은 리스부채 인식 및 주요 거점에의 택배터미널, 물류센터 구축 등 자본적지출(CAPEX) 투자소요 등 대규모 외부차입으로 인해 차입금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 유상증자, 2021년 부산 범일동 토지 매각이익에 따른 당기순이익 증가, 2022년 토지 재평가 차익 인식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 지표 상향을 이뤄냈다.
다만, 현재 한진에게 있어서 금리인상과 부채부담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1분기만 봐도 한진은 영업이익 235억원을 기록했지만 금융비용 303억원 지출로 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진의 주 사업영역 지속성에 관심이 몰린다. 인프라 구축과 같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채권 발행을 피한다면 자금 조달에 상당 부문을 사업 수익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진의 주 사업영역인 택배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병근
흥국(010240)증권 연구원은 "한진은 택배 사업부의 투자비용 및 운영비용 증가와 운임 하락으로 인한 포워딩 시황 약세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라며 "연초에 인상한 택배 단가를 통해 올해 택배 마진율은 작년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택배 물동량 성장은 올해 제한적일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