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사례에 비춰본 GS건설 주가 향배는

전면 재시공 결정 후 바닥치고 반등 중
사망사고 낸 HDC현산은 9거래일 연속 하락
재무여력 있지만 PF 우려…8월 국토부 조사 주목

입력 : 2023-07-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최근 큰 붕괴 사고를 낸 GS건설(006360)에 암흑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주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여파로 주가는 급락했는데요. 시장은 지난해 비슷한 사고를 겪었던 HDC현대산업개발(294870)에 비추어 GS건설의 미래를 엿보고 있습니다. GS건설 주가가 HDC현산과 같은 수순을 밟을지,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GS건설 전면 재시공 결정, 주가 곤두박질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건설 주가는 지난 7일 장중 1만37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4월 붕괴사고 직전 2만1600원에서 36%나 급락한 것입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1만4000원선은 지켰지만 이번 부실시공의 여파가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우건설(047040), 동부건설(005960), 현대건설(000720), DL건설(001880) 등 건설주들도 GS건설 사태로 덩달아 약세를 보였죠.
 
그래프=뉴스토마토
급락세는 일단 10일과 11일에 멈췄습니다. GS건설은 10일 장중 1만377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다시 썼지만 매수세가 유입되며 1만4120원으로 반등해 장을 마쳤습니다. 11일 주가는 1만4460원으로 전일 대비  2.41% 상승했습니다.
 
지난 4월 GS건설이 시공하는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1·2층의 지붕 슬래브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조사 끝에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이 총체적으로 문제였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의 조치를 요구했는데요. 이와 별개로 GS건설이 시공 중인 83개 전체 현장을 점검한 뒤 8월 중 처분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GS건설은 사고 67일 만인 지난 5일 주차장은 물론 아파트 1666세대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GS건설의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선 재시공 비용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말도 돌았는데요. 증권사에선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GS건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3000억~45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1조원 이상이 들 것이란 보도가 있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재시공비가 3700억원으로 예상된 점을 고려하면 조 단위 비용은 과도한 추산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무상태 여력 있지만…PF 차환 우려
 
GS건설은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보상 등을 감안해 5500억원을 손실로 반영할 계획입니다. 실제로는 철거부터 아파트 준공까지 약 5년간 분할해 자금을 투입하겠지만 손실은 2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하기 때문에 상반기 영업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GS건설은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3조원에 육박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인 위기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건설은 주택사업과 관련해 2조9018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제공했는데요. 이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1조2839억원입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볼 때 대외신인도도 하락할 것이고 서울시가 부정적인 행정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돼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부동산 PF 차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회사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GS건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GS건설의 '자이'는 뼈대가 부실한 '순살자이'라는 조롱까지 당하고 있죠.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평판리스크 확대는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단기자금시장에서 PF우발채무 차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이번 사고 조사 결과와 전면 재시공 결정은 GS건설 PF채무 차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HDC현산 떠올리는 시장…향후 전망은
 
증권사에서는 GS건설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했는데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는 기존 3만원에서 1만6000원으로, NH투자증권은 2만30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낮췄습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해자가 흔들리게 돼 유감스럽다"며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은 물론이고 목표 배수에 산정되는 멀티플 역시 주택주 평균 주당순자산비율(PBR) 0.3배에서 10% 할인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대 해외 현장에서의 대규모 손실로 건설업의 밸류에이션이 근본적으로 조정됐듯 이번 이슈도 건설업 밸류에이션을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5배 내외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저평가에 주목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외국인의 경우 최근 3일 동안 순매수로 대응 중입니다.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GS건설의 미래는 지난해 1월 비슷한 상황을 겪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와 이후 처리 과정, 주가 흐름 등을 통해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로 인부 6명이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도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는데요. 본철거 32개월, 재시공 및 잔여시공 30개월 등 2027년 10월까지 약 5년에 걸쳐 사고를 수습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드는 재시공 손실 충당금은 3377억원에 달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로 인해 작년 1분기 영업손실 942억을 기록했지만 연간으론 1164억원의 영업흑자를 지켰습니다. 
 
반면 주가는 지지부진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1만880원에 마감했습니다. 사고 전 2만5750원이던 주가는 사고 직후 19.03% 급락하며 9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탔습니다. 이후 약세가 이어지며 1만원대로 곤두박질쳤고 1년이 넘게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이슈를 겪고 있는 GS건설이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 흐름은 달갑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GS건설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보다 대응이 빨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행 후 5개월이 지난 5월 4일에야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는데요. GS건설은 재시공 결정까지 2개월여가 걸렸습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처럼 전면 재시공으로 갈 확률이 높고 입주자도 그걸 원할테니 선제적으로 비용 집행을 다 끝내겠다는 것"이라며 "비용 효과가 내년까지 이연이 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심 회복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8월로 예정된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까지 국토부의 현장조사, 이후 행정 처분(영업정지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정적인 평판으로 인한 수주 활동에서의 핸디캡 등 무형적인 비용을 확인한 후에야 주가 반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주가가 비슷하게 움직일 확률이 존재한다"며 "사고의 원인은 결이 다르지만 대규모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 같고 섹터 전체적으로 주가 탄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 반등을 쉽게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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