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정부가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이달 말 본격 착수합니다.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확충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속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신규 원전 건설이 확정될 경우 적잖은 사회적 논란이 예상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2023년 제4차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2024∼2038년 적용할 '제11차 전기본' 추진 방향을 보고했습니다. 2년 단위로 세우는 전기본은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력 수급 전망, 송·변전 설비 계획 등의 내용을 담습니다.
앞서 산업부는 11차 전기본 수립을 조기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도 조속한 전기본 수립 착수 의견이 다수 제기된 상황입니다.
최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와 데이터센터 확대, 전기차 이용 증가 등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용인 시스템반도체 첨단산단 조성계획을 포함, 전력수요가 대규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공개한 '205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 전체 전력 수요는 1166.5~1213.7테라와트시(TWh)로 2018년 대비 221.7~230.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발전소 내 소비와 송배전손실(3.5%) 등을 고려한 2050년 전력 공급은 적어도 1208.8~1257.7TWh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예상 전력 수요인 10기가와트(GW)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합니다.
강경성 산업부 제2차관은 최근 '2023 에너지전략포럼'에서 "2050년이 되면 전기 수요가 지금의 약 2.3배로 늘어난다"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신규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공급 여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때문에 11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포함 여부입니다. 정부가 최근 신규 원전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데다, '비용 효율적인 전원 믹스'라는 방향성까지 추가로 제시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길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갈 경우 지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기게 됩니다.
정부가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이달 말 본격 착수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확정되면 적잖은 사회적 논란이 예상됩니다. 환경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확정한 10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원전 비중이 32.4%로 가장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1.6%에 불과했습니다. 기후솔루션 등 24개 시민사회단체는 제10차 전기본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24개 단체는 "정부는 '실현가능성'을 핑계 삼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30.2%였던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1.6%로 하향했다"며 "손바닥 뒤집는 식의 에너지 계획에 따라 에너지 시장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정책 신호는 결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총괄분과위원회 등 전문가위원회가 구성하고 전문가 논의를 거쳐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이후 관계 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11차 전기본이 확정됩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을 지속해 보급하되, 현실적인 확산 속도를 고려해 기저 전원 확충 등 안정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반영돼야 한다"며 "첨단 전략산업 확대, 전기화 등의 신규 전력 수요를 반영해 공급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전 등도 고민을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이달 말 본격 착수합니다. 사진은 전력수급기본계획 보고하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