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장르와 플랫폼 편중을 극복하고 수백억 달러 규모 세계 시장을 뚫기 위해 콘솔 게임의 벽을 넘으려 합니다. 콘솔 게임은 전용기기 기반의 비디오게임을 말하는데, 전용기기를 활용하는 까닭에 소위 '손맛'이 중요한 게임으로 일컬어지죠.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달 28일 전세계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의 닌텐도 스위치판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발매 시기는 미정입니다.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넥슨 관계자는 "이 외 플랫폼 확장은 아직 미정"이라며 "최대한 많은 유저분들이 '데이브'를 다양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주인공 데이브가 깊은 바다를 탐험하며 물고기도 잡고 보물도 발견하며 모험하는 내용인데요. 황당하지만 재밌는 이야기, 도전 욕구를 일으키는 게임성이 인기 요인입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 리뷰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을 받았고 평론가 의견을 종합하는 메타크리틱에서 89점을 받았습니다. 한국도 확률형 아이템 장사를 배제한 패키지 게임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죠. 이 때문에 콘솔판의 성공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 데이브가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사진=데이브 더 다이버 실행 화면)
국내 콘솔 시장은 아직 크지 않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 시장 분야별 비중은 모바일 57.9%, PC 26.8%, 콘솔 5%로 편차가 큽니다.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6%에 불과합니다.
반면 올해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57억5300만 달러(약 70조6300억원)가 될 전망입니다. 이 가운데 북미가 206억7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2.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은 257억9100만 달러로 3%, 아시아는 87억2700만 달러로 3.5% 성장이 전망됩니다. 한국 게임사들이 언제까지나 MMORPG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국내 게임사들은 두 팔 걷어 콘솔 게임 개발에 힘 쏟고 있습니다. 넥슨은 슈팅과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를 합친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중입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PC와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동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3분기 PC와 콘솔 동시 실행이 가능한 크로스플레이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PC와 모바일, 콘솔을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259960)은 현재 한국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둔 3인칭 액션 RPG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기본 플랫폼은 콘솔입니다. 물론 개발 도중 언제든 장르와 플랫폼이 바뀔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블랙 버짓'도 콘솔과 PC, 모바일 출시를 검토중입니다. 이미 콘솔로 내놓은 작품은 '배틀 그라운드'와 '테라',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이 있습니다.
네오위즈(095660)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제작중인 'P의 거짓'은 9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달 온라인 게임 축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인기 출시 예정 제품' 1위에 올랐습니다. 데모 공개 3일만에 누적 내려받기 100만회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도 PC와 콘솔을 지원합니다.
네오위즈 ‘p의 거짓’에서 피노키오가 크라트 시청을 장악한 경찰 인형 ‘버려진 파수꾼’과 싸우고 있다. (사진=P의 거짓 웹사이트)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이달 25일 PC와 모바일용으로 출시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는 콘솔판이 없지만, PC에서 게임 패드를 연결해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최근 콘솔 게임 도전이 부쩍 늘어난 배경으로 높아진 기술력과 시장 확장을 꼽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언리얼 엔진 5' 등 실사 그래픽 제작 도구가 나오면서 콘솔 개발 도전이 전보다 수월해졌다"며 "콘솔 게임을 많이 하는 북미와 유럽을 공략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도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인기 게임을 콘솔로 확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본 캡콤사의 '역전재판' 시리즈는 2001년 닌텐도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출시돼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후 PC와 모바일, 플레이스테이션5 등 최신 콘솔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선된 그래픽으로 계속 재발매되고 있습니다.
다만 뚜렷한 줄거리나 큰 화면이 필요 없는 게임은 굳이 콘솔로 확장할 필요가 없지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작은 세로 화면에 최적화된 모바일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콘솔로 옮기는 건 의미가 없다"며 "장르 특성상 서사가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 게임이 어느 플랫폼에 어울리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