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대신 환경부 장관에 경고…이번에도 '책임 떠넘기기'

'물관리 담당' 환경부 질책…"국민 생명·안전 더 중요"
'해외 순방 부재' 논란…여 "물관리 국토부로 옮겨야"

입력 : 2023-07-19 오후 5:11:41
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 구연육묘장을 방문해 수해를 입은 육묘농가의 피해상황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역대급 수해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물관리 업무를 맡은 환경부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당도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해 기간 재난 컨트롤타워인 윤 대통령이 부재했다는 논란 속에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 "환경부, 물관리 제대로 하라"
 
19일 정치권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 “환경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며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수자원 관리 주무 부처가 환경부인 만큼, 환경부에 수해 피해의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당도 윤 대통령이 환경부에 보인 문제의식과 유사한 맥락의 언급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환경부의 물관리 업무를 국토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수자원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에서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여당은 조만간 당정협의회를 열어 효율적 물관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가 담당하게 된 것은 문재인정부 때였습니다. 문재인정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명목으로 국토부 소관이었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옮기고, 관련 조직과 예산도 이관했습니다. 환경부는 수질 관리를, 국토부는 치수 관리를 각각 맡다 수량·수질·재해관리 등 물 관련 업무 전반을 환경부가 가져간 겁니다.
 
여당은 문재인정부의 환경부 중심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집중호우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관리를 국토부서 빼앗아 환경부로 이관하며 수자원 관리의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이 노정돼 왔다”며 “2020년 섬진강 댐의 무리한 방류로 막대한 수해가 발생한 것도 환경부가 수량 관리보다 용수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란 점이 이미 지적됐다”고 했습니다.
 
논란 때마다 책임 전가'수능 사태' 땐 교육부 질타
 
야당은 재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부재했다는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 기간 국내에 호우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윤 대통령이 귀국을 늦춰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는 비판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유럽 순방 도중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수해 상황에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민생을 생각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일기예보로 예견됐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 주무 장관 전부 자리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가가 없다는 걸 이재민들이 실감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기간에도 수해와 관련한 대응 지시를 내렸다며, 컨트롤타워 부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이 출국 전 여러 차례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저지대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라는 구체적 지침을 내린 바가 있다”며 “이번 수해에 대응하는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는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한번 점검할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론의 비판이 큰 사안에 정부여당이 소관 부처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의 배제를 지시했습니다. 이후 교육부는 킬러문항 출제의 책임을 물어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 방침을 밝혔습니다. 당시 이규민 평가원장은 킬러문항 여파 끝에 임기 도중 사임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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