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로 국내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중심의 '편집숍'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운영한 방식인 '단일 브랜드숍(로드숍)'이 존폐 위기를 겪자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가맹사업 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 업종의 경우 가맹점 수가 2018년 3407개에서 2021년 1588개로 지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도 2018년 연간 4억3000만원에서 2021년 연간 2억원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051900)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406개의 오프라인 가맹점 계약 구조를 '가맹 계약'에서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이처컬렉션 매장 전경. (사진=LG생활건강)
물품 공급 계약은 일종의 제품 공급 계약으로 가맹 계약에 비해 경영주들이 판매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LG생활건강 측은 계약 구조를 변경하더라도 경영주에게 기존과 동일하게 LG생활건강 제품을 계속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LG생활건강은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영주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인테리어(진열장 일부) 개선 비용 지원 △조기 정착 지원 △가맹비 환급 △색조 화장품 장기 미판매 재고 반품 △간판 교체 등입니다.
가맹점들은 계약 구조가 변경되면 올리브영과 같은 멀티 플랫폼에 납품하는 화장품 및 중소 브랜드 화장품을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올리브영으로 몰리면서 로드숍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판단됩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회사와 점주분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올리브영과 온라인의 영향력 확대가 LG생건의 가맹 사업 철수로 이어졌단 분석입니다. 또,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이 제품 기획부터 개발과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디 브랜드의 뷰티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단 겁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생활산업학과 교수는 "단일 브랜드숍은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올리브영처럼 타 브랜드를 많이 취급하는 곳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충족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자사 브랜드가 좋은 제품이 나오더라도 몇 개월 내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다만 현재 올리브영처럼 독과점 체제로 가는 건 좋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 체제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침체된 LG생활건강의 실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6837억원, 영업이익 145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4% 증가했고 영업익은 16.9% 감소했습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안이라기 보단 가맹점 상황 자체가 어렵다보니 타개하기 위해 도출된 방안"이라며 "럭셔리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클린뷰티, 더마 브랜드, 인디 브랜드 등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