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꺼내든 배경은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의 자금 숨통을 트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즉, 올해 하반기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해소하는 등 세입자 보증금을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합니다. 역전세 문제 자체를 없애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 등 요건이 까다로워 은행, 공인중개사 등 관련기관의 정확한 안내와 면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26일 정부와 부동산 플랫폼 직방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은 총 300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전세계약 기간을 2년으로 간주해 산출한 금액입니다.
시기별로 보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약 만료 예정 금액은 각각 149조800억원, 153조9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2011년 실거래 자료 공개 이후 집계된 역대 최대 규모로 '역전세발 재난'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금 총액이 총 228조3800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연립다세대가 33조4200억원(11.1%), 단독다가구 22조8100억원(7.5%), 오피스텔 17조5600억원(5.8%) 순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8조6800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경기 98조9300억원, 인천 15조8200억원 등은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전세금의 77.3%(233조4300억원)가 수도권 주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1년간 전세보증금 반환목적의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굳게 걸어 잠갔던 대출 빗장을 풀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가 오는 27일부터 역전세 상황에 놓인 임대인에게 한시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완화하겠다고 25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사진=뉴시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임차시장의 불안 요인을 완전히 없애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전세는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신규계약되는 전세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해 발생하는 문제로 사전에 정부가 어떤 정책적 대안으로 막기가 어렵다"며 "만약에 그게 가능하려면 집값이 떨어지게 않게 만드는 것이지만 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모든 지역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정부가 유도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에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잔여대출 여력이 없는, 즉 무리한 투자라는 상황에 처한 임대인이라면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것도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전세 반환대출 후 1년 내 후속 임차인을 들이려고 노력하다 집주인이 자가거주로 전환한다거나 자가거주로 신청해 거주하다 후속 세입자와 계약하는 등 사정으로 인한 변경은 가능하다"며 "대출은행에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 대출약정 위반으로 대출금이 전액 회수될 수 있어 임대인, 임차인 모두 제도숙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의 경우 세입자 보호조치 특약이 명시된 임대차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역전세 반환대출과 관련한 후속 임차인과의 계약은 직거래보다 중개보수를 전제로 한 중개계약이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역전세 반환대출의 용도와 대출요건 등이 복잡하고 집주인의 후속 의무사항과 종전·신규 임차인의 숙지내용 등이 다양하다. 이에 대한 관련기관의 정확한 안내와 면밀한 사후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역전세 문제는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 및 이주 지연 등으로 임대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전세금 반환목적 대출규제를 완화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증가, 후속 세입자 전세금 미반환 위험 증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집주인의 자력반환능력 확인, 세입자 보호조치 강구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엄정히 이뤄지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반기 임차시장의 역전세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만으로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은 공인중개사 사무소.(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