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신세계' 시대①)유니버스로 뭉쳤지만…쿠팡 로켓에 '역부족'

유통 업계 1위지만…시장 패러다임 강화에 선두 수성 불투명
쿠팡 거센 추격에 온·오프 통합한 '신세계 유니버스'로 승부수
킬러 콘텐츠 부족…경쟁사에 비해 편의성·범용성 모두 상대 열위

입력 : 2023-08-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신세계그룹은 그간 우리나라 유통 업계에서 롯데, 현대와 함께 '빅 3' 그룹을 형성하며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군림해왔습니다.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시류에 맞는 감각을 갖추고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백화점, 마트 등 주력 오프라인 점포의 경쟁력을 토대로 안정적 성장 체계를 구축해온 까닭입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한 국내 유통업이 조금씩 침체되면서 이 같은 신세계그룹의 신화도 조금씩 저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됐지만 신세계는 이에 따른 보폭을 맞추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재 업계 선두 자리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뉴스토마토>는 이 같은 신세계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현재 유통 업계에서의 매출 기준 1위 기업은 신세계그룹입니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최근 수년간 신세계와의 격차를 무서운 속도로 좁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위기를 감지한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론칭, 쿠팡을 견제하고 유통 선두 자리 수성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는데요.
 
하지만 신세계 유니버스가 출범한 지 2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만족시킬만한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해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6월 8일 서울 신세계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행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세계가 아직 1위지만…쿠팡과 뒤집힐 수도
 
현재 우리나라 유통 시장에서 규모, 점유율, 매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위 기업은 신세계그룹입니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 규모(순수 유통 채널 기반 판매액 기준)는 오프라인 227조원, 이커머스 174조원 등 총 40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기업별 온·오프라인 통합 시장 점유율은 신세계그룹이 13.4%로 1위를 기록했고, 쿠팡이 9.8% 2위로 신세계를 바짝 뒤쫓았습니다.
 
신세계그룹과 쿠팡의 1·2위 경쟁은 매출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9개 유통 사업 부문 매출은 30조4602억원으로 유통 업계에서 1위를 기록했고, 쿠팡은 26조5917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신세계와 쿠팡의 매출 격차는 4조원 이내에 불과합니다.
 
특히 쿠팡의 최근 성장세는 더욱 위협적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의 경우 신세계 9개 부문은 7조4089억원, 쿠팡은 7조3990억원으로 100억원 정도 차이가 있는데요. 지난해 격차가 약 1조2000억원이나 났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쿠팡이 신세계를 다 따라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수년간 유통 업계의 중심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데요. 쿠팡이 이 같은 흐름을 제대로 증명해 내고 있는 셈이죠. 향후 신세계의 유통 업계 1위 수성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온·오프 시너지 유도한다지만…강력한 '한 방' 부족
 
이 같은 본격적인 이커머스 시대 개막, 경쟁 업체 재편 등 위기의식을 느낀 신세계그룹은 결국 올해 6월 신세계 유니버스를 출범하기에 이릅니다.
 
명칭 그대로 '신세계'의 '세계'를 한데 묶은 신세계 유니버스는 SSG닷컴, G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과 신세계백화점·면세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 멤버십을 통합한 제도인데요.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관되게 "신세계그룹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만들겠다"고 주장한 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를 점유하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구독경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신세계 유니버스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출범된 서비스"라고 분석했습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고객이 가입과 동시에 가입비에 상응하는 현금성 혜택을 받고,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5%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키 포인트인데요. 문제는 신세계 유니버스가 고객을 유인할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입비가 월 4990원인 '쿠팡 와우'의 경우 로켓배송 무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이용,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10%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특히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생활 양식 전반을 바꾼 로켓배송 무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크죠.
 
또 월 4900원을 지불하는 '네이버 플러스'는 구매 시 최대 5%의 네이버 페이를 적립하는 혜택을 부여합니다. 네이버 페이 포인트는 결제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신세계 유니버스의 경우 가입비가 연 3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 6개 계열사 중 아무 곳이나 가입해도 3만원 어치 혜택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만, 이 혜택은 결국 신세계라는 단일 플랫폼에서만 가능합니다. 게다가 유니버스에 걸맞은 혜택을 누리기에는 아직 계열사 수도 적습니다. 멤버십에 동참하는 계열사들도 더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더 높여야 하고, 네이버 플러스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범용성을 더 향상시켜야 하는데 신세계 유니버스는 아직 이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쿠팡 와우 가입자 수는 대략 1100만명이며 네이버 플러스의 경우 80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신세계 유니버스의 경우 전신인 스마일클럽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400만명인데요, 이는 쿠팡과 견줘 3분의 1에 불과하고, 네이버의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신세계 역시 실효성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점유율은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최근 유통 멤버십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점차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는 점도 악재죠.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100% 이커머스 마인드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태생적으로 이게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유산을 어떻게 해서든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은 인수 이후 신세계 재무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G마켓을 살리기 위한 취지도 있다"며 "G마켓의 회생 여부가 관건인데 이 점이 미지수"라고 관측했습니다.
 
한편 신세계 측은 출범 2개월이 돼가는 신세계 유니버스와 관련, 가입자 증감 추이, 실적 등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나 발표 자료를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유통 업체들이 신규 프로젝트 발표 1~2개월 후 성과를 공유하는 사례가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입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출범 2개월을 맞아 공식 통계 같은 자료를 마련한 것은 없다. 다만 예상보다 멤버십 가입자수가 계획한 것보다는 늘고 있는 추세로 알고 있다"며 "멤버십에 동참하는 그룹 내 계열사들도 확대될 예정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16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타필드 청라'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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