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속도낸 방통위, MBC·KBS 이사회도 정조준

윤석년 KBS 이사 해임 이후 MBC·KBS 이사장도 타깃
16일 전체회의 안건 오르나…의결되면 이사회 여권 우위는 시간문제
"사장 교체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도"

입력 : 2023-08-03 오후 6:00:15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수신료 분리징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야권 인사인 윤석년 KBS 이사를 해임한 데 이어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화살은 MBC로도 향했습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이사 해임을 추진 중입니다. 계획한대로 이들을 해임하고, 여권측 인사로 채울 경우 KBS와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 우위로 재편이 가능해집니다. KBS와 MBC의 사장교체는 시간 문제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3일 방통위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게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를 송달했습니다. 김기중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도 착수했습니다. 권태선 이사장은 MBC 경영 관리·감독을 게을리하고,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이 있는 안형준 MBC 사장을 선임한 점이, 김기중 이사는 안형준 사장 주식 의혹과 관련한 방문진의 특별감사 때 참관인으로 참여했던 부분이 해임 추진 근거로 꼽힙니다. 권 이사장과 김 이사는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KBS 이사회도 지속해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달 12일 TV조선 재승인 심사 부정개입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윤석년 KBS 이사에 대한 해임을 의결한 데 이어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 조사를 해달라는 신고가 권익위원회에 들어갔고, 권익위는 이를 조사 중입니다. 
 
오는 9일 남영진 이사장에 대해, 14일에는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 이사에 대한 청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해임안 의결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사진=뉴스토마토)
 
이들의 해임안을 의결하면 KBS와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 우위로 바뀌게 됩니다. KBS 이사회는 기존 여야 4대7 구도였는데, 윤석년 이사 해임에 이어 남영진 이사장까지 해임하고 공석을 여권측 인사로 채우면 여야 6대5 구도로 변경됩니다. 방문진은 현재 여야 3대6 구도이지만, 2명을 해임하고 공석을 여권 인사로 채우면 여야 5대4 구도로 바뀝니다. 2대1 구도인 방통위처럼 여권 우위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직무대행 체제인 방통위가 KBS, MBC 이사회 개편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는 감사원 표적 감사를 받고 있는데, 감사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방통위가 해임절차를 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영진 이사장 의혹도 아직 권익위 조사 중에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 결과 및 처분은 감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확정되는데, 감사도 끝나지 않았고 의결도 거치지 않은 감사 내용이 해임의 근거가 되는 건 법 위반"이라며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인 방통위가 무리하게 속도전에 나서는 것은 결국 사장 교체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야권측인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상임위원 간 협의 없이 진행되는 방문진 검사, 감독은 중단돼야 한다"며 "권익위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해임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은 특히 김효재 직무대행을 향해 "새로운 위원장이 임명돼 시작할 때까지 더 이상의 직권남용을 하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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