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 비회기를 시작으로 휴가를 떠났지만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심화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할 기세인데요.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이 비회기든, 회기든 이 대표가 당의 운명을 가늠할 분기점 가운데 하나에 놓일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백현동 개발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소환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가 출석하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에 이어 이 대표는 네 번째 검찰 출석 조사를 받게 됩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달 중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만약 이뤄지면 이 대표를 향해서는 총 두 번째가 됩니다. 

 

문제는 영장 청구가 언제 단행되느냐입니다. 기준은 국회가 열렸느냐, 열리지 않았느냐인데요. 국회 비회기에 검찰의 영장 청구가 이뤄지면,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고 즉각 영장 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국회 회기 중에 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꼭 선행돼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보유한 불체포특권 때문입니다. 이에 8월 임시국회가 소집되는 오는 16일을 전후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회기에 검찰이 이 대표에 영장을 청구할 경우, 제1야당의 현직 대표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도 제1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사례였는데, 영장 실질심사도 최초로 기록되는 겁니다. 

 

 

 

회기에 영장 청구가 이뤄지면 체포동의안 표결로 당이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결과 부결을 놓고 계파 간에 의견 대립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면, 친명(친이재명)계든 비명(비이재명)계든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비난이 쏟아진다는 점을 의식할 수 있습니다.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으면, ‘방탄 국회’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이미 이 대표가 지난달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선언은 결과적으로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남게 되는 겁니다. 방탄국회 논란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는데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의원 가운데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출신 의원(노웅래·이재명·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제3의 방안’이 거론되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회기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회기를 일시 중단하고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 실질심사에 바로 출석하는 방안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체포동의안 딜레마’도 없애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인 셈입니다.

 

이런 방안은 이른바 ‘권성동 방식’으로도 불립니다. 권 의원은 지난 2018년 7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법원에 자진 출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권 의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여야에 국회 회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비회기 기간에 영장심사를 받았습니다.

 

김영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지난달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지 않고 비회기를 만들어 영장심사를 받을 것”이라며 “예전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방식으로, 8월 결산 국회 때 보내면 여야가 합의해 회기를 잘라서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