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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성중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올 들어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개선되는 것과 달리 나홀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2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이 축소한 것으로 알려져 ‘원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10년 만에 ‘10대 건설사’ 타이틀도 내려놓는 처지가 됐다. 다만 이와 별개로 2021년과 2022년 각각 대형 안전사고 발생으로 인한 손실은 차차 개선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36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 감소하며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4% 줄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2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건설경기 악화’와 이로 인한 ‘원가 상승’을 꼽았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속되는 건설경기 둔화와 자재 등 하도급 원가 상승분의 영향, 공사 진행 현장의 비용 상승 예상분을 선반영하면서 원가율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원가율 개선’ 흐름 속에 나홀로 부진?
건설업계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원가율 압박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올해 1분기까지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평균 90% 이상을 넘나들었다.
DL이앤씨(375500)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원가율이 87.5%에서 올해 1분기 89.5%로 2%포인트 상승했지만, 2분기 90.3%로 상승폭을 좁혔다.
대우건설(047040)도 지난해 연결 기준 87.9%의 원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89.0%, 2분기 89.8%를 기록했다.
GS건설(006360)이 지난해 83.9%, 올 1분기 90.1%의 원가율을 기록하다가 인천 검단아파트 재시공 여파로 올해 2분기 107.1%로 치솟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 상승세는 2분기 들어 잦아들었다.
이에 비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원가율 90.4%에서 91.5%로 1.1%포인트 상승하며 타 건설사들과 비슷한 원가율 상승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 이 수치가 대폭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는 의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건설사들의 2분기 분기보고서가 게시되지 않았지만, 타 건설사들의 경우 증권사, 신용평가사들의 리포트를 통해 같은 기간 원가율 파악이 가능했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이 같은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리포트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아 분기보고서 게시 전까지는 정확한 원가 상승 정도와 요인 등을 알아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0대 건설사’ 지위 반납…수주 부진 영향
HDC현대산업개발의 2023년 시공능력평가액은 3조7013억원으로 종합건설사 가운데 11위를 기록했다. 평가액이 2022년(4조9160억원)보다 24.7% 감소하면서 10위였던 시평 순위는 호반건설에 밀려났다.
회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은 최근 들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2020년 6조원이 넘었던 시공능력평가액은 2021년 5조6104억원, 지난해 4조916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조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실적평가액은 2022년 1조9403억원에서 올해 1조821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10위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경영능력평가액이 전년(2조1615억원) 대비 43.7%나 감소한 1조2159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9위에서 네 계단 하락한 13위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기간 기술능력평가액과 신인도평가액 역시 각각 16위, 17위를 기록하면서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회사는 실적 가이던스에 올해 매출액 3조9652억원, 신규 수주 2조816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올해 상반기 2조85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절반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수주 성과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그간 강력한 시장 지배력으로 활발한 수주를 펼치던 도시정비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올 들어 7월까지 단 한 건의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수주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도시정비업계에서 포스코이앤씨가 3조원 이상,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28260)·DL이앤씨·GS건설이 각각 1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기준 신규 수주액은 4129억원에 그치고 있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치(2조816억원)의 19.8% 수준이다.
‘사고 후유증’ 개선 중인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광주광역시에서 건설현장 안전사고 발생으로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회사는 2021년 4분기 1754억원, 2022년 1분기 1623억원 등 총 3377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사고 후속조치 비용을 모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왔던 회사는 단기차입금 액수가 늘어나며 재무건전성이 흔들렸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137.7%였던 부채비율은 2023년 상반기 기준 118.3%로 19.4%포인트 감소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 후속조치 비용을 모두 반영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올 들어 부채가 감소하며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조4344억원이던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채총계는 올해 1분기 4조344억원으로 9.0% 감소했다. 특히 단기차입금과 사채, 장기차입금, 기타지급채무 등을 눈에 띄게 줄였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