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극에도…중대재해처벌법 역주행 시동

고용부 중대재해법 관계자, '킬러규제 혁신 TF' 참석
대선 후보 당시엔 "기업하는 데 걱정 없도록 하겠다"

입력 : 2023-08-09 오후 4:41:56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산업현장에서 비극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윤석열정부는 규제 완화를 앞세워 일명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중대재해처벌법의 '역주행'입니다.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현실을 막아보겠다는 애초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보입니다.
 
'킬러 규제' 언급한 윤 대통령…핵심은 중대재해법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후퇴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규제 철폐' 지시 직후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보고 자리에서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 즉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며 "시장이 효과적이고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늘 신경 쓰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걷어내 줘야 민간 투자가 활성화하고 국가 풍요와 후생이 보장된다"며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민간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킬러 규제에 해당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궁금점이 풀린 것은 윤 대통령 지시 다음 날이었습니다. 정부는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킬러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발족 직후 진행된 첫 회의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김태연 고용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도 함께 했습니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을 맡기도 한 김 과장이 TF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규제 완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습니다.
 
대선후보 때부터 후퇴 예고…시민단체 "개악 저지"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의지를 수차례 내비쳤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12월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굉장히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많은 내용이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 촘촘하게 합리적으로 잘 설계해 기업하는 데 큰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달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월 경남 창원 봉암공단 기업협의회 간담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국외 자본의) 국내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투자 의욕이 줄어들지 않도록 잘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3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요청한 경제6단체장에게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으면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후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6월 공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 신속히 해소' 과제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포함, 법 완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을 출범한 뒤 "처음 제정했던 그마음과 힘으로 하반기 본격 추진되는 윤석열정부의 개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선언, 향후 진통을 예고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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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