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상반기 모바일AP 구매에 5.7조 지출…'엑시노스' 어이할꼬

DX 전체 매입액서 모바일AP 비중, 작년 11.4%→올해 17.7%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탑재 안해…퀄컴 AP 의존도 높아져
"엑시노스 경쟁력 확보" 삼성전자, 성능 개선·전용 AP 개발 나서

입력 : 2023-08-21 오후 2:18:51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구매에 지출한 비용이 1년 새 약 28% 높아졌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최근 선보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자사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엑시노스 탑재를 늘리는 한편, 갤럭시 전용 AP 개발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자사 AP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1일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퀄컴과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구매한 모바일AP(AP 전용 IC류 자재 포함) 비용은 5조7457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상반기(4조4944억원)보다 27.8%(1조2513억원) 늘었습니다. 1년 새 모바일AP 가격이 약 30% 상승한 탓입니다. 2년 전 모바일AP 매입에 쓴 비용과 비교하면 132.8%(3조2778억원) 증가했습니다.
 
DX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모바일AP 비중도 커졌습니다. 올 상반기 DX부문이 원재료 매입에 지출한 금액은 총 32조4846억원입니다. 모바일AP 매입액의 비율은 17.7%로 지난해 상반기(11.4%)보다 6.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카메라 모듈의 경우 올 상반기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14% 올랐지만 매입액(2조7460억원)은 33.4% 줄었습니다.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4% 하락, 매입액(1조9521억원)도 69.2% 감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모바일AP 매입 비중이 커진 이유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출시한 갤럭시S22의 모바일AP로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엑시노스 22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를 25대 75 비중으로 병행 채용했습니다. 하지만 엑시노스가 탑재된 갤럭시S22가 발열과 성능 저하 등 논란을 일으키자 차기작 갤럭시S23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탑재했습니다. 이달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폴드5'에도 퀄컴 AP만 투입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모바일AP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엑시노스 점유율은 4% 그쳐, 5위를 기록했습니다. 점유율 8%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보다 더 하락한 수치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에 AP를 대량 공급한 퀄컴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9%에서 올해 1분기 28%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순위도 3위에서 2위로 한 단계 올랐습니다. 1위는 점유율 32%의 미디어텍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2 발열 논란 관련해 엑시노스가 문제의 원인인지 아직까지 정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모바일AP 성능이 향상될수록 내부에 들어가는 칩들이 좋아지기 때문에 매입 금액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에 엑시노스 채용 비중을 높여 모바일AP 원가 부담을 낮추는 한편, 엑시노스의 성능 개선과 갤럭시 전용 칩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2월 5나노 공정에서 제작한 '엑시노스 1380·1330'을 공개했습니다. 엑시노스 1380은 프리미엄 AP에 준하는 높은 사양을 갖춰 '갤럭시A54'와 '갤럭시M54' 등 중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됐고, 엑시노스 1330은 '갤럭시A14' 등 저가형 제품에 채용됐습니다.
 
연내 출시될 '갤럭시S23 FE(팬에디션)'에도 엑시노스 2200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IT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200를 최적화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S23 FE에서 문제 없이 잘 실행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공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도 차세대 AP '엑시노스 2400' 탑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와 북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유럽 시장에는 엑시노스를 투입하는 방안입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을 목표로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이는 애플과 구글이 직접 개발해 자사 제품에만 적용하는 '바이오닉'과 '텐서' 시리즈처럼 갤럭시 제품에만 들어가는 AP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전담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지난해 말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 퀄컴 출신인 최원준 MX개발실장(부사장)이 총괄을 맡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해당 팀은 AP의 관련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 분석과 상용화 등도 맡았습니다.
 
한편,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칩셋 전략은 일관성 있게 유지 중"이라며 "해당 연도에 최적의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 전략 파트너와 협력하고 이를 지역별 특성에 맞춰 활용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회사와 언제까지 협력한다는 계획보다는 파트너와 지속 협업해 최적 솔루션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신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