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인공지능(AI)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HBM 생산능력을 키우는 한편,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의 협업 카드도 꺼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력과 고객사 맞춤형 턴키(일괄 진행) 서비스로 차세대 HBM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입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시에 짓기로 한 신규 팹(반도체 생산공장) M15X를 D램 생산 기지로 전환했습니다. 이달 말부터 팹 건설 공사에 본격 나서 내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M15X는 실리콘관통전극(TSV) 캐파를 확장 중인 M15와 함께 HBM 등 차세대 D램 등을 생산합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M15X 공장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앞으로 5년 동안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 같은 해 10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로 공사를 중단했다가 최근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D램 캐파 증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M15X 공장 건설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일 본지 '
(단독)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훈풍 타고 공장 공사 재개' 기사 참고.)
SK하이닉스는 TSMC와 손잡고 차세대 HBM 생산과 최첨단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도 나섰습니다. 양사는 최근 대만에서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오는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HBM)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재 AI 반도체 전문 기업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을 SK하이닉스에서 공급받아 TSMC에 패키징을 맡기는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M15X 건설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경쟁사 삼성전자는 HBM 제조 과정에서 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GPU에 들어가는 HBM 설계와 생산부터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서비스 제공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 상품기획실 상무는 최근 자사 뉴스룸에서 "맞춤형 HBM은 프로세서, 메모리가 공동 최적화를 수행하는 첫 단추"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AVP 등 종합 역량을 십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HBM 품질 보증을 위한 설계·테스트 기술 확보에도 집중할 방침입니다. 윤재윤 삼성전자 D램개발실 상무는 뉴스룸을 통해 "HBM 칩 1개라도 불량이 발생하면 AI 서비스가 그 순간 멈출 수도 있다"며 "고온 열 특성에 최적화한 NCF 조립 기술과 최첨단 공정 기술을 통해 차세대 HBM4에 16단 기술까지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HBM4 개발을 마치고, 2026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HBM은 최근 생성형 AI 시대가 개막하면서 GPU와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억4186만달러(약 2조7600억원)에서 2028년 63억2150만달러(약 8조55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어 삼성전자 35%, 미국 마이크론 9% 순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차세대 HBM 시장 점유율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