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높은 체감물가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가해지면서 수산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관 등이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산물 소비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 만큼, 건어물 등 일부 수산물의 경우 방류 전 수산물로 평소 매입량보다 과도하게 보관하는 사재기 조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참조기(중품, 1마리) 소매가격은 1244원으로 전일보다 35.5% 올랐습니다. 1년 전에 비하면 367원 상승했습니다.
오징어(중품, 1마리) 소매가격은 4563원으로 전일보다 14.4% 상승했으며 전년 대비 396원 올랐습니다. 건오징어(10마리)는 6만8834원으로 전일보다 8.6% 올랐으며 지난해 가격보다 3242원 올랐습니다.
전복(5마리) 소매가는 1만981원으로 전일 대비 2.1% 증가했습니다. 대부분 물가 오름세가 반영된 탓이 크지만 오염수 방류를 기점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될 경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근 뉴스토마토가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87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1038명 중 64.2%가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경우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수산업계에서는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수기인 7~8월 부진했던 매출이 명절 전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추석에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상인회장은 "우리나라 수산물은 안전하다. 2011년 원주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로도 수산물 소비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말로 우리 수산물에 문제가 있었으면 그동안 수산물 소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정부는 연신 우리 해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방류 본격화로 불안심리는 더욱 증폭되는 모습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사람 심리가 안전하다는 수돗물도 못믿어 생수를 사먹는 게 현실이 된지 오래"라며 "수돗물과 달리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외쳐도 누가 선뜻 수산물을 사먹을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과학을 주창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984년 이후 영해 40곳의 방사성 농도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후로 삼중수소 등 농도를 분석한 결과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참조기(중품, 1마리) 소매가격은 1244원으로 전일보다 35.5% 올랐습니다. 사진은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수산물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오염수는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흐르는데 이 해류는 일본의 남서쪽부터 북동쪽으로 흘러간다"며 "이 물이 캐나다와 미국 등 북아메리카를 거쳐 적도 쪽으로 내려온 다음 동북아시아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류가 돌아오기까지 4~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1조분의 1로 희석된다"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엄청난 고농도의 물이 하루에 300톤씩 바다로 흘러들어갔지만 영향이 없었다. 그때보다 옅은 농도의 물을 방류하는 만큼 우리나라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한·일 정보공유 핫라인 구축과 IAEA 현지 사무소의 한국 전문가 파견 등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특정 수산물의 경우는 매점매석 우려도 큽니다. 오염수 방류 전 제품으로 둔갑하는 등 유통질서 교란 행위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불안 심리로 인해 소금·건어물 등 일부 수산물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 김은 1.0% 증가했고 건미역은 0.3% 증가에 머무른 상황입니다. 천일염(굵은소금) 소매가격은 최근 1주간 5㎏에 1만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염수 방류 영향이 미칠 수 있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산물 가격 안정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매점매석 행위 등 유통질서 교란 행위를 신고하는 센터를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신고센터는 해양수산부, 지방해양수산청,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 7개 기관에 총 8개소를 설치합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수산물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센터와 합동점검반 운영을 시작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총력을 다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유통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확인하시는 즉시 센터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참조기(중품, 1마리) 소매가격은 1244원으로 전일보다 35.5% 올랐습니다. 사진은 부산 자갈치시장에 수산물 안전이 표시된 전광판 모습.(사진=뉴시스)
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