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 80% 반대에도…윤 대통령, 끝내 이동관 임명

'청문보고서 미채택' 16번째 인사…국민 여론도 싸늘

입력 : 2023-08-28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및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아들의 학교 폭력 의혹과 언론 장악 비판에도 끝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직 기자들을 비롯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위원장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음에도 이를 무시했습니다. 지명 이후에는 좀처럼 철회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인사' 기조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 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결국 윤 대통령의 의지대로 이 위원장에 대한 인선을 강행한 겁니다.
 
일상화되는 장관급 인사 임명 강행…국회 '무용지물'·청문회 '무의미'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3개월 동안 무려 16명의 장관급 인사의 임명을 국회 동의 없이 진행했습니다. 지난 2000년에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 정도로 장관급 인사 임명 강행 사례가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임기 때 각각 3명, 10명, 17명의 인사만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습니다. 문재인정부 땐 사례가 총 31명으로 최다를 기록했지만, 윤 대통령과 같은 기준(취임 1년 3개월 사이)으로는 5명에 불과했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인사를 임명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역할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습니다. 청문회의 인사 검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상당한 데에도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특히 현직 기자들 가운데 10명 중 8명이 이 위원장 임명에 '반대'했지만,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마켓링크' 여론조사(6월16~19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6%포인트)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0.0%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적극 반대한다'는 응답만 62.5%로, 60%를 넘었습니다.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3.1%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지상파방송사 기자들은 90.1%가,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기자들은 74.5%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이유(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이명박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어서'라는 응답이 80.3%로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이어 '현직 대통령실 인사 임명은 방통위 독립성 침해'(61.5%),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58.5%), '경험이 부족한 미디어 정책 비전문가'(25.4%) 순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 절반 이상 이동관에 부정적…"사회적 불만 누적시 국정 지지율에 영향"
 
이 위원장에 대한 국민 여론도 싸늘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8월12~14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이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이 59.8%로 60%에 달했습니다. 이 중 '매우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만 49.8%로,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적합하다'는 응답은 31.5%에 그쳤습니다.
 
또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7월31일~8일2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포인트)에서 54.8%는 이 위원장에 대해 '총선을 겨냥한 방송장악용 인사'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33.0%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적임자'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이 위원장 임명에 대해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만 가지고 국정 지지율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이미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문제까지 지지율에 반영이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안 대표는 "앞으로가 문제"라며 “이 위원장이 언론 장악을 노골화할 개연성이 높고 이로 인해 국민적, 사회적 불만들이 누적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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