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떠나는 김현 "85일간 방통위는 최악의 역사로 기록될 것"

"5월31일 직무대행체제 이후 합의제 기구 역할 상실"
"5인체제 운영 위한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 필요"
현 구조 탈피 위해 최민희 전 의원 임명 시급성 강조
"상임위원으로서 듣고 본 사실, 역사의 증인 되겠다"

입력 : 2023-08-23 오전 9:28:24
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8월23일을 마지막으로 업무를 종료합니다. 5기는 국민의 알권리 강화, 보편적 시청에 대한 접근성 확대, 가짜뉴스를 체크하는 팩트체크넷 출범 등을 통한 디지털·미디어 동행사회 구축을 기치로 내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교체 후엔 동력을 잃고 방통위원장 사퇴 압박, 면직에 이어 업무 종료 85일 전부터 시작된 직무대행 체제 등의 파행을 겪어야 했습니다. 합의제라는 기본을 망각한 채 독단적 운영이 이뤄지면서 언론계 전반에 걸친 우려 또한 커졌습니다. 임기를 마치는 김현 상임위원을 만나 그간 소회를 들으며 방통위 발전을 가로막는 근원적 문제와 해결 방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5월31일부터 8월23일까지 85일간, 방송통신위원회는 역사적으로 최악의 방통위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2020년 8월24일, 역대 두 번째 방통위의 여성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며 업무를 시작한 김현 상임위원이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며 3년간 소회를 밝혔습니다. 특히 5월30일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 이후 5월31일부로 시작된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를 두고, 합의제 기구로서의 방통위 역할 상실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22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 위원은 윤 대통령의 한 전 위원장의 면직과 야당 추천 상임위원 임명 거부 사태 속 김효재·이상인·김현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에서 유일한 야당 추천 상임위원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국민이 누려야 할 방송에 대한 접근성을 위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방통위가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실의 부속실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절차적 민주주의,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전횡, 군사작전을 펼치듯 공영방송의 수신료 체계를 무너뜨리고 KBS·MBC의 4명의 이사를 몰아내면서 방송장악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은 특히 감사원의 감사결과나 방통위의 검사·감독 결과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안건의 대부분을 여권 우위 상황에서 밀어붙인 것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실제로 '3인 체제' 방통위는 지난 6월7일부터 8월22일까지 총 10번의 전체회의를 열었습니다. 최소인원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1인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여권이 이끄는 방향대로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합의제 기구로서의 역할은 망각한 채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2항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점만 내세운 것입니다.  
 
7월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개정안이 의결됐다. (사진=뉴스토마토)
 
5인체제 운영 위한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 필요 
 
김 위원은 5기 방통위의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소 4명 이상의 상임위원이 자리했을 때 의결사항이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현행 방통위설치법 제13조2항에 나와있는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대목을 이제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합의기구이자 독립기구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위원회 정신을 담아낼 수 있도록 21대 국회에서 제도적 뒷받침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은 "방통위 설치법에서 말하는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장과 위원, 대통령을 배출한 교섭단체 1인 등 3인과 대통령을 배출하지 않은 교섭단체 2인의 구조는 대통령을 뽑은 국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민의 의사도 존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협의하고 합의해서 결정하라는 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담아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 자리는 대통령 국정철학을 집행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 사회적 약자나 민족의 동질성 회복 등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취지(를 담은 자리)"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방통위의 성격과 취지를 살리려면 의결정족수는 최소 4명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 위원은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을 때 회의를 소집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데, 위원장이 위원회를 대표해 회의를 운영하기 때문에 최소 3명의 위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고, 위원 중 한 사람에 대해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의결정족수가 충족되려면 4명의 위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령 4인의 위원이 참석해 3대1이라면 의결이 가능할 테고, 2대2로 결론이 난다면 하지 말라는 건데 이 의견 또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제도적 미비함을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제도적 손질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방통위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 3월30일 임기를 마친 안형환 전 부위원장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에 대한 임명도 서둘러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위원은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을 쫓아내고,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최 전 의원 임명을 미루면서 여야 2대1 구조를 억지로 만들어놨다"며 "4인 체제였다면 진행될 수 없었던 일들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도 어찌 보면 의도적으로 임명을 늦춘 것이 문제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22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상임위원으로서 듣고 본 사실, 역사의 증인 되겠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이은 KBS·방문진MBC 이사들의 해임 사태와 같이 지상파에서 시작된 언론장악의 움직임이 지역방송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놨습니다. 김 위원은 "지상파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는 건 종합편성채널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과 등치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지상파의 영향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지역 여론의 영향력이 큰 지역 KBS·MBC, 지역 민영방송 등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통위는 지상파를 비롯해 지역 KBS·MBC, 지역 민영방송에 대한 재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쥐고 흔드는 것부터 지역방송의 매각을 시도하는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위원은 윤석열정부의 방통위 장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5기 방통위원으로서 보고, 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낱낱이 진실을 알리겠다는 의지도 피력했습니다. 현재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MBC는 감사원의 감사가 부당했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경우 해임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김 위원은 "5기 방통위와 관련된 일련의 소송들에 증인으로 설 것"이라며 "역사의 증인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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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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