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속개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원주=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사법리스크가 그의 턱밑까지 다다르며 위기에 휩싸였습니다. 당 내부에서 "사퇴하라"는 의견까지 나오며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28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고 의지를 불살랐습니다.
"9월 중 검찰 출석"…취임 1주년에 '셀프 지정'
하지만 선출 1년이 지난 현재 이 대표 주위에는 본인의 사법리스크만 가득합니다. 당장 지난 23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해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는데 당대표 취임 이후 벌써 다섯 번째 검찰행을 눈앞에 뒀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한 차례,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공판도 출석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제대로 된 당무를 보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다음 달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간에 대북송금 의혹 관련해 검찰에 출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도 진행되지 않는데요. 이 대표는 표결 진행 자체가 야당의 분열을 시키려는 정부여당과 검찰의 공작으로 보고 이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 대표 검찰 출석 건을 다루며 사법리스크 그림자 안에 함께 갇혀 있습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관련 브리핑에서 "검찰의 행태는 윤석열정권의 무능을 물타기 하고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로 야당의 분열을 유도하겠다는 시커먼 야욕의 발로"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분당설'까지 나오는데…이재명, 사퇴설 '일축'
이 대표 자신과 당이 읍소를 거듭했지만,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당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1년을 점수로 평가하면 과락이다. 1년 내내 사법리스크에 시달렸고 팬덤 정치가 심화됐다"며 "당의 도덕성 문제가 전면에 올라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미지가 고착화했다"고 혹평했습니다.
28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가운데) 대표와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급기야 사퇴설과 분당설까지 제기됐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지난 25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물러나야 비상대책위원회를 하든 뭐를 하든 하는데 안 물러나겠다고 한다"며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당내에서 결심해야 할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본지에 "당내에서 이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으라고들 이야기한다"며 "내년 총선도 불출마해야 한다. 아니면 경북 안동과 같이 험지에 출마하든가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당내 험한 분위기 속에 이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날 기자간담회 대신 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향했습니다. 민주당은 1박2일로 치러지는 워크숍 일정을 이유로 오는 31일 이 대표 기자간담회를 열 방침입니다. 하지만 박광온 원내대표가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곧바로 열었던 것을 생각할 때 일정 연기는 검찰 소환 등 어수선한 자신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에서 윤석열정부의 무능한 국정운영에도 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워크숍 중간 브리핑에서 "당이 국민 중심·정부 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비롯해 유능하고 책임 있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 소통·통합·포용의 정치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 위기론과 자신을 향한 사퇴론에도 이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 24일 TJB 대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10월 사퇴하고 비대위가 꾸려진다는 전망이 끊임없다'고 묻자 "전망이 아니라 그렇게 하길 바라는 기대일 것이다. 특히 여당이 그럴 것이고 그에 동조하는 일부가 있을 수 있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78%라는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됐고 지금도 그 지지는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서 더 강화된다"고 사퇴설을 일축했습니다.
김광연 기자·원주=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