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간호·간병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이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치킨게임식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금융당국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국은 시장 자율 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손보시달의 간호·간병보험 담보 보장금액은 20만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루 2~3만원 드는 간호 인력 간병비용을 수십만원씩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1년 간병비 수천만원 보장 등 과장 광고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현대해상(001450)과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005830)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현대해상은 최초로 간호·간병보험 특약을 선보인 곳입니다. K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 '180일'을 내세우며 최장 입원일수를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는데요. 현실적으로 암 수술을 받고도 상급종합병원에 1~2주 이상 입원하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 입원일수 보장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DB손해보험은 하루 보장금액을 30만원대로 끌어올리는 식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현재 DB손해보험의 보장금액은 31만원입니다. 이어
삼성화재(000810), 롯데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출혈 경쟁에 나섰습니다.
과당 경쟁이 심해지면서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과도한 보장 금액을 따라가기 어려운 일부 보험사가 당국이 나서서 적정 보장금액을 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업계가 이러다 다 죽겠다며 당국에 규제해 달라 할 정도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서로 눈치보는 상황인 건 맞다"며 "우리보다 높은 곳이 있는데 낮추기는 쉽지 않아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당국은 이달 초까지 현황 파악 등을 통해 시장에 자제령을 내린 만큼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도 제재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금감원에서 보장 금액은 정할 수 없다"며 "한도만큼은 시장 자율로 한다는 게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험상품의 보장 금액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데다 섣불리 보장 금액을 정했다가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 등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함부로 나서기 어렵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간호·간병보험 시장 경쟁이 아직까지 소비자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할 명분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감독행정을 통해 상품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어른이보험의 경우 불합리한 보험상품 개발·판매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간호·간병보험의 경우는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 치료비, 수술비, 입원비, 소득상실 보상 등을 감안해 암 진단비가 결정되듯 업계가 모여 검토하면 간호·간병보험 적정 한도를 충분히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전에 운전자보험 변호사비 특약도 1억원까지 올렸다가 KB손해보험이 7000만원으로 내리면서 업계에서 맞춘 전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보업계가 자체적으로 업계 한도 7000만원 룰을 만들어 경쟁 심화에 대한 자정을 시도한 뒤 금감원의 축소 권고로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상한을 5000만원으로 통일한 바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