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감독원이 간호·간병보험 과당 경쟁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일까요. 간호·간병보험의 보장 한도가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금감원에서는 일단 직접적으로 보험사의 보장 한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당국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 절판마케팅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이 간호·간병보험 보장 한도를 다시 올리는 등 판매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 최초로 '180일' 장기 보장 개념을 내놨던 KB손해보험은 180일 입원 기준 10만원 보상에서 5만원으로 내렸다가 최근 다시 1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30일 입원 시 6만원 보상 항목을 새롭게 탑재했는데요. 30일 입원할 경우 30일 한도 6만원에, 180일 한도 10만원을 더해 16만원을 보상받는 셈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이렇게 복층 설계로 구성해 보상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금감원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을 거란 얘기가 나오면서 간호·간병보험 경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손보사들을 대상으로 현황 파악에 나섰는데요. 중복 가입에 대해서는 전산상 입력하도록 해 개선이 이뤄졌지만 별도의 한도 제재가 없다보니 다시 판매 경쟁이 불 붙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간호·간병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하루 2만원 내외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 금액을 보장해 주는 보험인데요. 환자가 지불한 비용의 5배,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보험사에서 금액을 보상하면서 과열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약의 보장 한도와 실제 비용의 차이가 커 차익을 노린 무리한 입원으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간호·간병보험의 경우 신용정보원에 데이터가 취합되지 않아 중복가입이 가능해 보험금 누수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삼성화재(000810)는 상해, 질병 통틀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용 일당으로 일반병원은 16만원, 종합병원은 21만원, 상급종합병원은 26만원을 보상합니다. 현대해상은 일반병원 하루 18만원,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포함) 19만원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장 범위 적정성에 가이드를 둘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 한도 부분은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과당 경쟁 부분에 대해서는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속 대책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며 "일단 시장에 시그널은 준 상태인 만큼 움직임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시그널이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간호·간병보험 과당 경쟁이 심각해지거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될 경우 직접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올 들어서도 금감원이 단기납 종신상품과 '어른이(어른+어린이) 보험'에 대한 상품 개선 조치에 나서자 절판마케팅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