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88.93%가 파업에 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은 정년연장입니다. 현재 사측이 노조에 교섭 재개를 공식 요청한 만큼 일정 잡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30일 현대차 노조는 중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향후 파업과 관련된 계획을 조합원과 공유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현대차 노사는 2020년 울산공장 본관에서 하언태 대표이사와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노사교섭 대표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를 가졌다.(사진=뉴시스)
앞서 노조는 사측이 올해 임단협 일괄 안을 제시하지 않자 지난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88.93%가 파업에 찬성했습니다. 통상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찬성률이 70%대였던 점을 고려해보면 이번 찬성률은 역대 최고치입니다. 지난해 파업 찬성률은 71.8%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역대급 찬성률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이 주요했지만, 노조의 강경 분위기를 볼 수 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노조는 곧장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사측이 노조에 교섭 재개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사측은 지난 28일 노조에 교섭 재개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조만간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을 전망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자투표 방식을 택해 투표율이 높았지만, 그만큼 노조에 힘을 더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당장 파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올해 임단협 요구안. (그래픽=뉴시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별도 요구안에 정년연장을 담았습니다. 이번 임단협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점입니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라고 사측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중장년 조합원이 많은 만큼 지금의 정년으로는 3년간 소득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의 2023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별 임직원 수는 50세 이상이 43.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30~50세가 43.7%, 30세 미만이 12.6%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중장년 조합원이 많은 만큼 지금의 정년으로는 3년간 소득 공백이 우려된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50세 이상 조합원 비율은 전체 조합원의 52%에 달합니다. 지난 4월 실시한 확대간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9%는 정년연장을 올해 임단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의제로 꼽고 있었습니다.
교섭재개 카드를 꺼낸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파업 시 적잖은 피해 발생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서고 2016년, 2017년 파업 중간 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영업손실이 1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