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자신을 향한 사퇴론에 대해 "북한 체제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물러났으면 하는 사람이 없겠느냐. 절대왕정에서도 당연히 왕이 물러났으면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퇴론에 대해 당내 다양한 의견의 하나로 인정하면서도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며 직접적인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당은 상명하복 체제가 아니라 다양성이 본질이다. 어떻게 단 하나의 목소리가 있겠느냐"며 "당연히 이견이 있고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의견을 가지고 '왜 이러한 의견이 있느냐'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사퇴론을 존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현 우리당 지도 체제에 대해, 다른 입장과 불만을 갖는 경우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당연히 (제 사퇴에 대해서도 )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침소봉대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 지지자, 당원들은 압도적으로 현 당 지도부 체제를 지지하고 있지 않느냐.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마치 갈등인 것처럼 보는 것은 정당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가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퇴하라,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느냐. 사퇴를 고민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게 맞는 것이냐"며 "물론 그게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면 실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다수가 모인 정치집단 내에서 언제든 다른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 목소리에 대해서 언제나 집단적 결정을 해야 한다면 단 한순간도 빼지 않고 집단적 결정으로 확인해 나가야 한다"고 일축했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현안 관련해 문제 해결을 할 의지가 있느냐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야당이 영수회담을 애걸하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또 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도 않아서 다시 제안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정부가 요청하면 저는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 있다.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하는 것이다. 오른손으로 싸워도 왼손은 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며 사익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공인들로서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기에 국익과 국민 뜻을 중심에 두고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게 가능한지, 또 의견이 다르다면 합의가 가능한지 타협 가능한 길이 무엇인지 당연히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안타깝게도 우리는 정치의 복원을 원하지만, 상대는 정치가 아니라 지배를 원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 제거하기를 원하기에, 과연 만나고 대화할 의사가 있을지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제가 정말 범죄를 저지르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다시 한번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도 예전에 '일반 국민이 한번 기소당하면 무죄가 나더라도 몇 년 동안 싸우느라고 인생이 다 망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며 "제가 지금 기소된 게 크게는 세 가지지만, 개별적으로 나눠보면 열 건쯤 된다. 저를 '괴롭히자, 고통을 주자'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상대방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하는 것은 지는 것이다. 상대가 우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국가권력을 악용해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라며 "그러나 이 국가 폭력조차도 우리가 견뎌내야 할 과제다. 공격한다고 고통을 가한다고 고통스러워하며 포기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 의지를 굳건히 하고 '반드시 싸워 이긴다'는 투지로 끝내 싸워 이길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검찰 소환 여부에 대해 "제가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 의원들에게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체포동의안 말씀들을 자꾸 하시는데, 여러분은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시나.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허무맹랑한 소설을 가지고 특별한 지위를 가져서가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을 그렇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대체 무슨 근거가 있느냐. 이재명이 하는 일에 대해서만 검찰은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해 "도지사가 무엇이 아쉬워 방북해 사진이나 한번 찍겠다고 조직폭력배 출신의 믿을 수 없는 사업가를, 한 번도 본적없는 생면부지인데 수십억원을 대신 내라고 했다는 것이냐. 여러분은 믿어지느냐"며 "그러한 과정 자체에 대한 의심을 여러분이 갖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주시는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습니다.
검찰을 향해서는 "이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스토킹'이다. 지금껏 이 정권 들어서 2년 가까이 400번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그야말로 먼지 털 듯이 털고 있지만, 단 하나의 부정 증거도 없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특수부 검사들이 올인해 한 개 지점 규모로 장기간 수사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기에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심지어 경기도청에는 일회성 압수수색이 아니라, 23일간 아예 출장소를 차려놓고 전 공문을 뒤져 무려 6만7000건 문서를 압수해갔다. 또 200명에 가까운 사람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없다"며 "상대가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너는 왜 공격당하느냐고 한다면 도대체 야당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누군가를 목표로 해서 정치적 공세를 벌이는 것을 가지고, 왜 정치적 공세를 당하느냐고 문제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내년 총선 계획에 대해 "결국 얼마만큼 국민 지지를 획득하느냐는 게 핵심 아니겠느냐. 특히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권의 폭주, 폭력, 억압, 퇴행을 저지하느냐, 심화시키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라며 "우리는 모든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분담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를 지지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넓게 하늘을 벌리고 포용적으로, 혁신적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의 지지율 부진과 극복 방안에 대해 "대선에서 진 정치세력이 집권세력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사례가 있는지 한번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물론 지지율이 조사기간마다 들쭉날쭉하지만, 대체적으로 집권세력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저희가 자부할 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국민 눈높이, 기대에 맞춰 좀 더 치열하게 정권을 견제하고 대안을 만들어내고 국민에게 다가가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 여러분 앞에 선언한다.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며 "맨 앞에 서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권에 요구한다. 첫째, 대통령은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국정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꾸라"며 "둘째,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라. 셋째,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을 단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