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제약·바이오

입력 : 2023-09-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오너일가의 다툼과 취약한 지배구조 등에서 기인한 지속적인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잦은 갈등에 따른 주가 변동은 투자자의 피로를 가중하는 데다, 신규 자금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바이오(052670)는 경영권 분쟁으로 횡령·배임 고소가 잇따랐는데요.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심윤정 대표가 아버지 심광경 회장을 밀어내고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분쟁이 본격화했죠. 이후 심 회장은 심윤정 대표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심윤정 대표의 어머니 김문자씨도 심윤정 대표를 해임하고 차녀이자 전 임원인 심의정씨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총회 소집허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일바이오 측은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심의정씨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사회에선 주총을 철회시켰죠. 주총이 열렸다면 심윤정 대표 보유지분보다 심 회장 부부, 장남, 차녀의 합산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아 경영권 박탈 가능성이 컸는데요. 전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제일바이오 주식은 거래 정지된 상태인 데다 기한 내 반기보고서 미제출로 관리종목에 지정됐습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일 제일바이오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매매거래 제한 조치는 당분간 유지됩니다. 기업심사위원회는 20일 이내에 상장폐지 및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심윤정 대표가 물러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제일바이오는 안팎으로 타격을 입었죠. 
 
씨티씨바이오(060590)는 현재 최대 주주인 이민구 대표와 재생의악 바이오 기업 파마리서치의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이들은 경영권확보를 위한 지분 확보 경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파마리서치는 씨티바이오 주식 추가 취득을 위해 200억원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 대표 역시 4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추가 체결하면서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에 나섰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자 씨티씨바이오의 주가는 이달 들어 67%가량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영제약은 남매인 유주평 현 대표와 유우평 전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들 어머니인 이상원 회장은 유주평 대표의 경영권 뺏기 시도는 옳지 않고 그가 대표이사 취임하는 것을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영제약은 "유우평 전 대표 측의 경영권 강탈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밖에 올해 애니젠, 파나진, 디엔에이링크, 크리스탈지노믹스, 엑세스바이오, 오스코텍, 아이큐어, 휴마시스 등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지배구조가 취약해 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다툼이나 인수합병(M&A) 이슈에 시달린 것이죠. 특히 업력이 길지 않은 바이오 업계는 경영권 안정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 분쟁 빈도가 잦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투자는 상업화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고 리스크도 높은 업종인 데다가 지속되는 경영권 분쟁은 투자심리 악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일바이오공장. (사진=제일바이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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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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