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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8일 18: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차(005380)가
고려아연(010130)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영풍(000670)과 벌이고 있는 지분 싸움에서 우호세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과 지분 싸움을 벌이면서
LG화학(051910)과
한화(000880) 등을 우호세력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현대차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LG화학이나 한화와 달리 현대차는 의결권 부활을 위한 자사주 맞교환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호세력으로 분류할 수 없고, 현대차도 지분 싸움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독자 경영 확대하지만…'황산니켈 사업에만 충실 전망'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5272억원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5%(104만5430주)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독립적인 경영권을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고려아연의 독자적인 경영을 전폭 지원할 가능성이 당장은 낮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LG화학이나 한화와 달리 지분 교환 없는 유상증자로 서로간에 지분 결속력이 낮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꼽히고 있는 LG화학과 한화의 경우 고려아연과 지분 교환을 통해 상대방과 결속 관계를 만들었다. 서로 지분을 보유하면서 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화의 경우, 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친분도 결속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현대차의 유상증자에서 고려아연과 현대차 사이의 지분 교환은 없다. 주주로 참여하지만 앞의 경우보다 상호간 결속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차가 고려아연의 일종의 전략적투자자(SI)로 등장하긴 했지만, 현재 확정된 황산니켈 공급망 협력 사업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유증 참여를 통해 고려아연에 니켈 제련소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황산니켈을 공급받는데 목적이 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분 경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합작해 해외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워 배터리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들을 본다면 현대차의 행보는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려아연은 배터리 원료 사업을 신사업으로 천명했는데, 현대차라는 대형 고객을 맞이해 신사업에 힘을 얻은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낮춤과 동시에 전기차 수직계열화 생산에 동력을 얻었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고려아연과의 협력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는데, 과연 고려아연의 지분 경쟁에 영향력을 미치는 필요 이상의 행동에 나서겠냐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독자 경영 강화는 지속…'소액주주 끌어안기'
고려아연은 현대차와의 협력은 별개로 영풍과 지분 확보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분율이 막상막하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일련의 주주친화적 정책들이 지분 확보 경쟁에서 지지를 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지분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지분 경쟁을 벌이면서 전체 지분의 33.3%를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고려아연 및 우호지분, 영풍 및 관계지분, 소액주주가 각각 3분의 1씩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가 양 측의 지분 경쟁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소액주주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계열사로 시작해 지금도 영풍의 핵심 계열사로 남아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몸집이 커지면서 점차 분리 이야기가 관련 업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고려아연의 매출은 8조814억원으로 영풍 그룹 전체 매출(13조7766억원)의 58.7%를 차지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창업 2세부터 최씨와 장씨 집안이 각자 경영을 맡는 원칙이 세워졌다. 그러나 각자 경영에도 불구하고 지분 관계는 그렇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남아있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신사업 등을 추진할때 영풍의 영향력을 배제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24.8%에 이르고 영풍의 장씨 집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도 6.7%다. 이를 합하면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1.5%에 달한다.
반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집안의 지분율은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를 포함해 16%에 불과하다. 그래서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우호 지분을 고려아연에 끌어들여 독자적 경영을 강화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지분 교환, 한화에너지 등의 유상증자 참여로 우호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현대차를 제외한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은 28%다. 현대차를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할 경우 고려아연은 영풍의 지분을 뛰어넘게 되지만 현재로서 현대차의 우호 지분 분류를 판단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고려아연이 규모에 비해 IR도 별도로 없었고 주주들의 정보 접근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