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철강업계가 국내 건설경기 부진에 최근 파업 위기까지 직면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습니다. 업계는 당초 상반기 내 부진한 실적이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효과가 미비해 이 마저도 불확실해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적용이 내달 시작되면서 탈탄소 체제 전환도 부담으로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이번 3분기 실적이 지난 2분기보다 부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를 보면
POSCO홀딩스(005490)의 이번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치)는 1조3057억원으로 전 분기 1조3262억원 대비 1.5% 하락했습니다. 현대제철은 3437억원으로 지난 2분기 4651억원보다 26.1% 내려갔습니다.
지난 상반기동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주요 철강사들은 하반기부터 실적이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이번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로 발표해 원가부담 우려를 줄인 데다가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전방산업 업황 회복을 관측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로 보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적고 여기에 자동차, 건설 등 국내 전방산업 업황까지 부진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포스코노동조합 임단협 출정식 전경. (사진=뉴시스)
심지어 노사갈등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가 지난달 28일 사측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포스코는 창사 후 최초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과 7일에는 광양과 포항에서 각각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출범식을 열면서 파업 수순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대제철 노조도 지난 4일 교섭 결렬을 밝혔고, 최근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이외에도 EU의 CBAM 도입 등도 업계의 고민을 깊게 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내달부터 EU의 CBAM 시범적용 기간이 시작됩니다. EU의 CBAM은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등 6개 제품군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일명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겁니다.
시범적용 기간은 CBAM를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기업들이 제도에 대비하도록 준비기간을 둔 것입니다. 때문에 2025년 말까지는 별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는 2026년부터 CBAM이 전면 시행되면 수출품 제조 과정에서 기준을 넘는 탄소 배출량만큼 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해야 합니다.
이같은 CBAM 도입을 앞두고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철강사들은 전기로를 활용한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무탄소 공법 도입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입니다.
포스코는 지난 8월부터 사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대응 체계를 구축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도 전략기획본부 산하 통상전략실을 통해 유럽 국가의 세부 인증을 획득했으며, 동국제강은 탄소 배출 90% 저감을 목표로 무용재 컬러강판을 개발하는 등 탈탄소 체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전기로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