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패권전쟁)②전기차발 가격경쟁 확전…배터리도 불안

전기차 가격경쟁 여파에 배터리 가격도 하락세
배터리 수출가, 2500달러서 2300달러대로 뚝
선양국 교수 “한국 배터리 위기, 기술안보 경시한 탓”

입력 : 2023-09-13 오후 4:27:3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전기차 가격경쟁 여파로 배터리 시황도 하락세를 보입니다. 국내 주력 삼원계(NCM)배터리 대비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점유율 확장에 더 유리한 환경을 얻었습니다. 실제 CATL, BYD 등 중국 메이저의 해외 진출이 빨라지고 있어, 이에 대응한 국산 배터리 제조사들의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도 중요해졌습니다. 근본 산업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중국에만 의존해온 배터리 소재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기차 둔화에 배터리 도미노
 
13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경쟁이 한창인 전기차는 판매도 국내외서 둔화된 양상입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와중에 전기차에 대한 초기 구매수요도 진정됐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점유율 확장 또는 재고를 밀어내기 위한 목적에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완성차의 부침에 따라 배터리 영업환경도 악화됐습니다.
 
전문기관 트렌드포스 조사 결과,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은 8월에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가격경쟁 격전지인 중국에서 가격하락이 두드러집니다. 국내 이차전지 수출에서도 적신호가 떴습니다. 8월 이차전지 수출액은 7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1.3%로 감소했습니다. 주요 배터리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들의 재고조정 탓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가격은 7월 톤당 239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월 2448달러보다 떨어진 수치입니다. 작년 상반기엔 2500달러대였는데 올 들어서는 줄곧 2300달러대 내외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황 약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인지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국내 한 배터리 제조사는 “다시 적자전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중국산 LFP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는 상황은 불안하다”고 전했습니다.
 
LFP는 양극재로 비교적 흔한 인산철을 사용하기 때문에 삼원계 배터리보다 20~30% 정도 가격이 저렴합니다. 하지만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으며 겨울철 저온 환경에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기술 개발로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추세입니다. 테슬라,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들 사이에 LFP 채택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앞으로도 시장 성장 과정에서 가격경쟁은 흔히 벌어질 현상입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 내 여러 기업들도 원가를 낮출 자원수급이나 기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낮은 수익성은 배터리 산업의 특성으로도 인식됩니다.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장치산업임에도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산업 등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이에 가격경쟁이 끝나도 차부품 산업 특성상 높은 마진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워낙 공정 정밀도가 높고 일정 수준 장비와 설비가 갖춰져야 공정효율이나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보니 중국이 따라잡기 어렵다”며 “이에 비해 이차전지는 그런 장벽은 없어 중국과의 경쟁에서 조금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빼면 내세울 만한 기업이 한국 외에 없으니 부가가치 영역에서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돈만 쫓지 말고 기술 지켜야”
 
공급과잉 우려도 상존합니다. 국내 삼성, LG, SK 배터리 3사가 미국 내 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고객사와 사전 협의된 주문량에 따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서 전기차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현상은 업계에 불안감을 더합니다. 제조사들이 흑자전환에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며 재무부담이 늘어난 것도 부정적입니다. 지금은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거쳐 재무비율이 양호해 보이나 증시에서 자본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편입니다.
 
배터리 제조사가 적절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완성차 파트너사와 전략적 협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완성차가 전기차 시장 영역에서 고급 브랜드 입지를 다지면 배터리 부품사도 자연히 가격보다 성능에 집중할 수 있는 논리입니다. 북미 전기차 판매량 중 테슬라가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파나소닉과 CATL 배터리 출하량이 커진 것은 그런 불가분 관계를 입증합니다.
 
중국으로부터 추격의 시간을 벌어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효과는 한시적입니다. 중국을 빼면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미국도 내재화율을 높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됩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 배터리는 위기다. 생존한 이유는 미국 IRA 덕택일 뿐”이라며 “전구체를 중국에서 91% 수입해 쓰는데 삼원계가 한국 것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 기업들이 저렴한 중국 것을 쓰면서 국내 전구체가 망하고 중국만 키워준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기술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수익성만 쫓아 기술안보를 경시하니 지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현 생태계에선 전구체 등을 육성해도 사막에 나무를 심는 꼴이다. 기술을 배우려면 (기업들이)비싸더라도 (국산 소재를)써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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