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비롯한 러시아 전략 무기들을 시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차량에 탑승해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 도착, 의장대 환영을 받은 뒤 쇼이구 장관과 러시아 항공우주군 주요 장비를 둘러봤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 미그(Mig)-31I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미사일 시스템을 선보였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습니다.
러시아어로 '단검'을 의미하는 킨잘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첨단 무기입니다. 전투기에 실려 발사돼 자체 추진체로 가속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음속 10배 이상인 최고 시속 1만2350㎞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음속 5배 이상 속도를 의미하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됩니다.
세르게이 코빌라시 러시아 항공우주군 장거리 항공사령관은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에게 킨잘의 전투 능력과 기술적 특성 등을 보고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 3대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받았습니다. 이들 폭격기는 러시아 핵전력의 공중 요소를 구성하는 투폴레프(Tu)-160(나토명 블랙잭), Tu-95MS(나토명 베어), Tu-22M3(나토명 백파이어)입니다.
코빌라시 사령관은 이들 폭격기의 특성과 전투 능력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폭격기에서 미사일이 어떻게 발사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이들 전략 폭격기 중 하나는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 공군 최신 전투기 모델인 수호이(Su)-34, Su-30SM, Su-35S, Su-25SM3 등도 소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쇼이구 장관에게 북한제 무기를 직접 소개한 바 있는데요. 이날은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첨단 무기를 보여준 겁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방문해 수호이(Su)-35 등 러시아 주력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생산 공정을 시찰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공군력 관련 시설을 찾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해군 시설도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크네비치 비행장 시찰 뒤 블라디보스토크 율리시스만에 정박한 태평양함대의 마셜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으로 이동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메르쿨로프 함장의 영접을 받고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해군 총사령관으로부터 어뢰 발사관과 RBU-6000 등 대잠 무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사용된 장거리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도 브리핑 내용에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참관 뒤 방명록에 ‘정의와 평화를 지켜낸…’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을 남기고 군함 모형 선물을 받았습니다.
앞서 크렘린궁은 무기거래 의혹이 불거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어떤 협의도 체결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극동지역 순방 행보가 군사시설에 집중된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극동연방대학교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해양생물학 연구소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