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유통업계의 설 선물 세트 구성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프리미엄'을 키워드로 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업체들은 고물가에 실속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1만원대의 저가 선물 세트 출시를 전년 대비 확대하는가 하면, 고가 상품을 찾는 수요층을 겨냥한 수십만원대의 초고가 선물 세트 라인업을 구성하는 등 마케팅 차별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특히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농수산물 선물 가격 상한선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된 점도, 고가 선물 세트의 출시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 대비 3.4% 상승했습니다. 물가 상승폭 자체가 확대된 것은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지난 여름 발생한 폭우, 폭염에 따른 농수산물 수급 불안정 사태가 최소 추석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국제 유가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기조 지속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인데요.
물가 불안과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 양극화 흐름이 심화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유통 업계에도 전이되는 모습입니다.
일단 식품 업계와 대형마트들은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소비자들을 위한 선물 세트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상생', '웰니스' 등을 키워드로 추석 선물 세트 100여종을 선보이고, 동원홈푸드도 10만원 미만의 가성비 선물 세트를 마련했습니다. 또 홈플러스가 구성한 선물 세트들 중 김 세트는 가격이 1만원 안팎 수준에 책정됐습니다.
반면 백화점 업계는 프리미엄 소비층을 주력으로 한 초고가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대거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들 선물 세트 가격은 대체로 20만~30만원대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며, 주로 한우, 굴비, 와인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프레스티지 암소 선물 세트를 전 점포에서 100세트 한정으로 1세트당 300만원에 판매합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 지속에 따른 사회 전반적 양극화 트렌드가 유통 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이는 곧 선물 세트 구성 등 양극화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업계 입장에서는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계층은 물론, 비싸도 지불 의향이 있는 고소비 계층까지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투 트랙' 마케팅은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홈플러스 모델들이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추석 선물 세트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