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국내 반도체업계가 국내외에서 고급 인재 확보와 양성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대학과 인재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최고경영자(CEO)가 채용 전면에 나서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날로 커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우수한 인재 선점이 곧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커진 데 따른 현상입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오스틴 반도체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인재 확보를 위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UIUC)의 그레인저 공과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연간 100만달러(약 13억원)를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부전공 프로그램 구축과 장학생 50명에게 장학금과 멘토링, 학업 지원 등을 제공하는 데 사용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A&M대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도 1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미국 텍사스대(UT)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현지 인력 양성 등에 총 370만달러(약 4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투자는 미국 내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테일러에 새 공장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서울대 등 국내 주요 공과대학 5곳에서 반도체 석·박사 인재 확보를 위한 설명회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연세대, 서울대를 방문해 인재 유치에 직접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를 기술력으로 따라잡겠다는 목표도 내비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고급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다음 달 11일 대전 KAIST 정근모 콘퍼런스홀에서 '초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CEO 초청 특별강연을 진행합니다. 이번 강연에서 자사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기술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신입사원 수지채용도 시작했습니다. 이달 18~26일까지 수시채용 서류접수를 진행합니다. 모집 직무는 설계, 소자, 연구개발(R&D), 솔루션 설계 등 11개 분야입니다. 서류접수 이후 약 2개월간 채용 일정을 진행해 오는 12월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채용부터 전형 절차도 대폭 개선했습니다. 서류 전형은 기존에 지원자가 8개 문항에 1000자씩 작성해야 했던 자기소개서는 5개 문항(필수 3개·선택 2개)에 문항당 600자로 양식이 개편됐습니다. 필기 전형(SKCT)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신상규 SK하이닉스 부사장(기업문화담당)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우수 인재 확보는 회사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쟁력으로 급부상한 반면 인력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는 미국의 경우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입니다. 숙련 인력 부족에 TSMC는 최근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1년 늦췄습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 기준 자국 반도체 일자리 중 58.2%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도 반도체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업계의 연간 부족 인력은 2020년 기준 162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3만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이 체감하는 인력난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